인공지능으로 전문직이 몰락한다고들 한다. 대형 로펌의 자문 매출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니 틀린 말도 아닐 것이다. 나도 분위기가 바뀌었음을 절감한다. 우리 법률사무소의 모토가 “소수 사건에 정성을 다하고 장인수공업자의 공방을 추구”한다는 것인 만큼 인공지능을 안 쓰고 내가 서면을 직접 쓴다는 점을 광고하고 그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연초에 클로드를 써보고 충격을 받기 전까지는.
법률 서면 작성에는 증거를 찾아서 기초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일과 관련 판결례나 법리를 찾는 일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어쏘 변호사에게 맡기면 하루이틀이 걸렸는데 인공지능은 내가 화장실 다녀오고 나니 다 끝내 놓는다. 서면 초안도 어설픈 어쏘 변호사 수준은 훌쩍 넘어선다. 물론 그 초안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많고 중요한 대목의 문장들은 여전히 내가 직접 써야 하지만, 이런 기초 작업을 토대로 서면을 쓰면 서면 작성 시간이 대여섯 배는 단축된다.
30년간 이런저런 글쓰기를 연마해왔는데 인공지능이 상당한 수준의 글을 순식간에 써대는 것을 보니 주무기를 빼앗긴 듯한 무력감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