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추 <흐르는 여정>
최근 내가 본 영화 중 최고의 영화를 꼽으라면 별로 주저하지 않고 <룸 넥스트 도어>를 말했었다. 오늘부터는 <흐르는 여정>을 같이 말할 수 있겠다.
2020년에 첫 장편 <나는 보리>를 찍고 이번 영화가 두 번째 영화라는데 보는 내내 김진유 감독님은 어떤 인생을 살아오신 분일까가 궁금해졌다. 영화가 끝난 뒤 기사화된 글을 몇 개 읽어보니 그분은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코다였다. 입으로 나오는 언어만이 언어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태어나면서부터 체득해 온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마음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말이라는 건 줄이면 줄일수록 전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진다는 걸 나이를 먹을수록 진하게 느끼고 있었는데 정말이지 이 영화에서 말이란 대사를 위해 입에 얹어진 음표같았다.
강릉의 사계절이 그득 담겨서일까. 장면장면이 수채화같이 흐르는데 그 흐름에 멜로디가 섞이니 인간의 어깨를 누르는 고통의 면면들마저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렇게 서로 알아보라고 각자의 고통을 선물로 주시는 걸까. 고통이라는 게 짊어진 사람의 무게인 줄 알았는데 실은 그걸 지켜보는 사람의 무게일지도 모르겠다. 보는 게 괴로워 덜어주려는 마음이 생기는 게 사랑의 본질일 수도. 그러니 인연을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고통인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은 돌고 돈다고 합니다.
해가 저물고 청춘이 지나는 것도
꽃이 피고 지듯이
우리가 만나고 헤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고통만이 돌고 돈다면 이 인생이 과연 아름답다고만은 말할 수 없을 것이나, 그 속에 내가 너와 함께 하고 있음이 있으니 우리는 또 손을 내밀고 그걸 잡고 한 걸음씩 살아간다. 그 엄청난 위로가 이 영화 안에 있다.
부디 이 영화 꼭 보시고, 두 번 보시고, 주변에 널리 퍼뜨려 주시고, 추워지는 연말에 모두 따뜻해진 마음으로 평화로우시길!
흐르는 여정
제목도 좋고ᆢ
늘
감사합니다 추천 8h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