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추 <흐르는 여정>

최근 내가 본 영화 중 최고의 영화를 꼽으라면 별로 주저하지 않고 <룸 넥스트 도어>를 말했었다. 오늘부터는 <흐르는 여정>을 같이 말할 수 있겠다.

2020년에 첫 장편 <나는 보리>를 찍고 이번 영화가 두 번째 영화라는데 보는 내내 김진유 감독님은 어떤 인생을 살아오신 분일까가 궁금해졌다. 영화가 끝난 뒤 기사화된 글을 몇 개 읽어보니 그분은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코다였다. 입으로 나오는 언어만이 언어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태어나면서부터 체득해 온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마음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말이라는 건 줄이면 줄일수록 전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진다는 걸 나이를 먹을수록 진하게 느끼고 있었는데 정말이지 이 영화에서 말이란 대사를 위해 입에 얹어진 음표같았다.

강릉의 사계절이 그득 담겨서일까. 장면장면이 수채화같이 흐르는데 그 흐름에 멜로디가 섞이니 인간의 어깨를 누르는 고통의 면면들마저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렇게 서로 알아보라고 각자의 고통을 선물로 주시는 걸까. 고통이라는 게 짊어진 사람의 무게인 줄 알았는데 실은 그걸 지켜보는 사람의 무게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