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억 아파트, 세금은 2,216만원
신문에 어르신 두 분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한 분은 서울 서초구에 아파트가 있습니다. 1990년에 샀으니 36년째입니다. 지금 시세로 85억쯤 합니다. 세를 놓고 있고, 본인은 소득이 없다고 합니다. 세금이 무섭다고 했습니다.
또 한 분은 30여 년 전에 1억쯤 주고 산 아파트가 재건축을 거쳐 50억이 됐습니다. 은퇴해서 수입이 없습니다. "갖고 있자니 세금 걱정, 팔자니 또 세금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읽으면서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그런데 세금이 얼마인지 찾아보고 나서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한 해 2,216만원입니다. 재산세 약 1,650만원에 종부세 약 570만원입니다.
85억짜리 집에 2,216만원. 계산하면 집값의 0.26%입니다. 1억짜리 집으로 치면 26만원 내는 셈이지요.
왜 이렇게 적을까요. 종부세 쪽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첫째, 집값을 낮춰 잡습니다. 시세는 85억인데 세금 매길 때 쓰는 가격(공시가격)은 60억 9천만원입니다.
둘째, 거기서 또 뺍니다. 1주택자는 12억을 빼주고, 남은 금액의 60%만 세금 계산에 씁니다. 그러면 29억 3천만원. 여기에 세율을 매기면 약 3,300만원이 나옵니다.
셋째가 진짜입니다. 여기서 80%를 깎아줍니다. 나이가 많으면 깎아주고(66세면 30%), 오래 갖고 있으면 또 깎아줍니다(15년 넘으면 50%). 이 어르신은 정확히 80% 할인입니다.
3,300만원이 570만원이 됩니다.
종부세로 낼 3,300만원 중 2,730만원이 나이와 보유기간을 이유로 사라집니다.
같은 집을 빌려 살면 얼마일까요.
서초구 그런 아파트는 전세가 35억에서 45억쯤 합니다. 월세로 바꾸면 한 달에 약 1,300만원, 1년에 약 1억 5천만원입니다.
이 집은 1년에 그만큼의 값어치를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나라가 걷어가는 건 2,216만원. 그 값어치의 약 14%입니다.
이 숫자가 많은지 적은지는 쉽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집주인도 돈이 묶여 있고, 수리비도 들고, 집값이 떨어질 위험도 지니까요.
다만 이런 말씀은 드리고 싶습니다. 세금이 무거운지 가벼운지 따질 때, 집값만 볼 게 아니라 그 집이 해마다 만들어내는 값어치와도 견주어 봐야 합니다. 1억 5천만원과 2천만원. 이 두 숫자를 나란히 놓고 각자 판단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돈이 없어서 못 낸다"는 말은 어떨까요.
이 어르신은 그 집에 안 삽니다. 세를 놨습니다.
전세보증금은 나중에 돌려줘야 할 돈이 맞습니다. 전셋값이 떨어지면 차액도 물어줘야 하고, 그 돈을 이미 다른 데 썼을 수도 있습니다. 그건 인정합니다.
다만 이렇게는 말할 수 있습니다. 전세보증금 40억을 연 3%로 굴릴 수 있다면 그건 연 1억 2천만원의 금융수익에 해당합니다.
세법에도 비슷한 생각이 있습니다. 일정 요건을 갖춘 다주택 임대사업자에게는 보증금이 만들어내는 금융상 이익을 '간주임대료'로 계산해 소득으로 봅니다. 이 어르신이 실제로 그 대상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보증금이 아무 경제적 가치도 없는 돈은 아니라는 걸 국가도 인정하는 셈이지요.
"현금이 부족하다"와 "세금 낼 능력이 없다"는 다른 말입니다.
당장 현금이 아쉬울 수는 있습니다. 그건 세금을 나중에 내게 해주면 됩니다. 그것과 "아예 안 내게 해달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미국은 어떨까요.
미국 재산세는 평균 집값의 1.1% 안팎입니다. 주마다 편차가 크지만, 우리 사례의 0.26%는 그 평균에 견주면 4분의 1 수준입니다.
그런데 미국에는 우리가 꼭 봐야 할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1978년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투표로 법을 만들었습니다. 집을 살 때의 가격을 기준으로 삼고, 그 후로는 평가액을 매년 2% 넘게 못 올리게 하는 법입니다. 대신 집주인이 바뀌면 그때 시세로 다시 매깁니다.
명분이 뭐였을까요. "평생 산 집에서 노인들이 세금 때문에 쫓겨난다."
지금 우리가 듣는 말과 똑같습니다.
50년이 지났습니다. 결과는? 같은 값의 집이라도 오래 보유한 사람과 새로 산 사람의 세금 차이가 크게 벌어졌습니다. 그러니 오래 산 사람은 움직일 이유가 없어집니다. 미국 경제학자들의 연구(NBER)는 이 법 때문에 주민들의 평균 거주기간이 크게 늘어났다고 추정합니다. 로스앤젤레스는 2년 이상, 샌프란시스코 일대는 3년 이상이었습니다. 이른바 '묶임 효과'입니다.
우리 종부세의 80% 공제는 이 법과 방식이 다릅니다. 캘리포니아는 집값 평가를 묶었고, 우리는 세금을 깎아줍니다. 그러나 오래 갖고 있을수록 부담이 줄어 움직일 이유가 사라진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세금을 나중에 내게 해주면 어떨까요.
돈이 없는 어르신은 집 팔 때 세금 내게 해주자는 말이 나옵니다. 실제로 그런 제도가 있습니다. '납부유예'라고 합니다. 다만 종부세만 해당하고 재산세는 안 됩니다.
문제는 이자입니다. 연 3.1%입니다.
이 숫자가 어디서 나왔을까요. 법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은행 1년 정기예금 평균 금리를 고려해서 정한다."
은행 예금 이자로 집값을 재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이 이자는 단리입니다. 원금에만 붙고 불어난 이자에는 안 붙습니다.
여기서 이런 일이 생깁니다. 앞으로 집값이 오랫동안 연 3.1%보다 빠르게 오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오르는 이익은 그대로 챙기면서 세금은 낮은 고정 이자로 미루는 쪽이 유리해집니다.
물론 집값이 오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3.1%는 확정된 비용이고, 집값 상승은 기대할 수 있는 이익입니다. 오를 거라고 믿는 사람에게는 안 미룰 이유가 없지요.
어르신 도우려던 제도가, 집이 시장에 안 나오게 막는 쪽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현행 제도가 아니라 제 생각입니다.
미룬 세금을 "얼마"가 아니라 "집값의 몇 %"로 적어두면 어떨까요.
85억 집에 종부세가 570만원이면 집값의 0.067%입니다. "570만원 빚"이 아니라 "집값의 0.067%"로 적는 겁니다. 10년 미루면 0.67%가 쌓이고, 나중에 팔 때 그 시점 집값의 0.67%를 냅니다.
이러면 미루는 게 이득이 되지 않습니다. 집값이 오르면 낼 돈도 같이 오르니까요.
정부가 집의 일부를 갖는 게 아닙니다. 소유권은 끝까지 어르신 것이고, 재산세도 지금처럼 다 냅니다.
다만 솔직히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집값이 떨어지면 낼 세금도 줄어듭니다. 즉 나라가 집값 하락 위험을 일부 같이 지는 구조입니다. 지금 없는 새로운 방식이고, 그래서 충분히 따져봐야 할 제안입니다.
나라를 운영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그 총액은 정해져 있습니다.
한 사람이 덜 내면, 그 돈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냅니다. 다른 세금으로 걷거나, 나라가 빚을 내거나, 복지를 줄이거나. 셋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소득이 적은 사람도 물건 살 때마다 부가가치세를 냅니다.
누군가의 세금을 깎아주는 건, 결국 다른 누군가가 대신 내는 것입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이 글은 "세금을 더 걷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세금은 이미 많습니다. OECD가 올해 7월에 낸 보고서를 보면, 우리 부동산 세금은 나라 경제 규모 대비 3.0%. 선진국 평균 1.6%의 거의 두 배입니다.
문제는 어디서 걷느냐입니다.
갖고 있을 때 내는 세금 비중이 한국은 29.4%, 선진국 평균은 56.0%입니다. 반대로 사고팔 때 내는 세금은 한국이 50.4%입니다. 정확히 반대지요.
우리는 갖고 있는 건 싸고, 움직이는 건 비쌉니다. 그러니 아무도 안 팝니다.
OECD 권고는 간단했습니다. "사고팔 때 세금은 낮추고, 갖고 있을 때 세금은 올려라." 세금 총액은 그대로 두고 방향만 바꾸라는 겁니다.
부동산 세금을 더 걷자는 게 아닙니다. 움직일 때 걷던 세금을 갖고 있을 때 걷는 세금으로 옮기자는 겁니다.
1억에 산 집이 50억이 됐습니다. 그 차액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벽을 새로 칠했나요? 지하철을 놨나요? 학교를 세웠나요? 상가를 만들었나요?
건물은 오히려 낡았습니다. 오른 건 땅값입니다.
강남 땅값은 소유자 혼자 만든 것이 아닙니다. 기업과 일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학교와 상권이 생기고, 지하철과 도로가 놓이고, 온갖 공공투자와 도시계획이 겹쳐서 만들어진 값입니다.
"왜 하필 강남이냐"고 묻는 분이 있습니다. 아무도 강남 자체를 원하지 않습니다. 일할 데 가까이 살고 싶을 뿐입니다. 직장이 마라도에 있으면 마라도 집을 삽니다.
그런데 결과가 이렇습니다. 그 값을 함께 만든 사람들이, 그 값 때문에 거기 못 삽니다.
연봉 1억 받는 사람이 세금 내고 생활비 쓰고 남는 돈을 전부 모으면 1년에 2,800만원쯤 됩니다. 85억을 모으려면 300년이 넘습니다. 연봉 3억이라도 74년입니다.
그런데 집값이 가만있질 않습니다. 85억이 1년에 3%만 올라도 2억 5천만원이 붙습니다.
물론 월급도 오르고 다른 투자로 벌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가정을 그대로 두면, 계산상 영원히 못 따라잡습니다.
야고보서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밭에서 일한 일꾼에게 주지 않은 품삯이 소리를 지르며, 그 일꾼의 우는 소리가 하나님 귀에 들렸느니라." (야고보서 5:4)
야고보가 꾸짖은 부자 가운데에는 품꾼을 고용한 땅 주인들이 있었습니다. 일하는 사람 따로, 가져가는 사람 따로였습니다. 야고보는 그것을 착취라고 불렀습니다.
집을 오래 갖고 있는 건 불법이 아닙니다. 집값을 올린 것도 그분들이 아닙니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규칙입니다. 일해서 버는 것보다 갖고 있어서 버는 게 이득인 규칙. 남들 다 버티는데 나만 팔면 손해인 규칙. 이 규칙은 반드시 고쳐야 합니다.
그런데 규칙이 잘못됐다고 개인에게 책임이 없는 건 아닙니다.
도리란 "남들이 다 그러니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게 옳으냐"를 묻는 겁니다.
그 기준이 높은 것도 아닙니다. 내가 버는 돈이 남의 피해에서 나온다면, 돈이 되어도 안 하는 것. 줄 설 때 새치기 안 하는 것, 남의 몫에 손 안 대는 것과 똑같은 수준의 상식입니다. 유독 부동산에서만 이 감각이 멈춥니다.
아브라함이 조카 롯과 갈라설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왼쪽으로 가면 나는 오른쪽으로 가고, 네가 오른쪽으로 가면 나는 왼쪽으로 가겠다." (창세기 13:9)
좋은 땅을 조카에게 먼저 고르라고 한 겁니다. 손해 볼 의무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어른이었기 때문입니다.
법으로는 집을 팔 의무가 없습니다. 그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신앙은 다른 것을 묻습니다. 법이 허용하는 권리를, 나는 어디까지 행사할 것인가.
규칙은 고쳐야 합니다. 그런데 규칙이 고쳐지기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옳게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어른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하나. 사고팔 때 세금은 낮추고, 갖고 있을 때 세금은 올립니다. OECD가 권한 방향입니다. 지금 정부안은 갖고 있어도 세금, 팔아도 세금입니다. 나가라면서 문을 잠그는 격입니다.
둘. 미룬 세금은 "얼마"가 아니라 "집값의 몇 %"로 적어두는 방식을 검토해볼 만합니다.
셋. 성실히 낸 보유세는 팔 때 일부 인정해줍니다. 다만 전액을 그대로 빼주면 오래 가진 사람이 오히려 더 유리해집니다. 없애려던 장기보유 우대가 뒷문으로 되살아나는 셈이지요. 보유세와 양도세를 함께 놓고, 오래 갖든 짧게 사고팔든 어느 쪽도 과하게 유리해지지 않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넷. 순서가 있습니다. 땅값 잡는 게 먼저고, 대출 푸는 건 나중입니다. 대출부터 풀면 그 돈이 거래를 늘리는 게 아니라 집값만 올립니다.
"땅은 다 내 것이다. 너희는 나그네요 나와 함께 사는 손님이다." (레위기 25:23)
성경에서 이스라엘은 50년마다 땅을 원주인에게 돌려줬습니다. 재산이 한 집안에 영원히 쌓이지 않게 하려고 만든 제도였습니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 (야고보서 4:14)
85억이든 8억이든 붙들 수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조사를 보면, 교회 다니는 사람들의 경제 문제 생각을 결정하는 건 신앙심이 아니라 재산 규모였습니다. 예배는 드리는데 지갑은 세상 논리를 따르고 있다는 뜻입니다.
강단에서 좀처럼 듣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앉아 있는 우리가 해야 합니다.
야고보서는 축복 기도 없이 끝납니다. 대신 이렇게 닫습니다.
"잘못된 길로 간 사람을 돌이키게 하는 사람은, 그 영혼을 살리는 것이니라." (야고보서 5:20)
혼내려는 게 아닙니다. 돌아오게 하려는 겁니다.
그러니 이 글도 누구를 겨냥한 게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만 물어보려고 합니다.
내 재산 중에서 얼마가 내가 벌어서 만든 것이고, 얼마가 그냥 흘러들어온 것일까요.
— 사랑과생각
【 자료 】
▪ 사례·세액 : 파이낸셜뉴스 2026.8.18 (민간 계산 프로그램 추산치)
▪ 종부세 계산·최대 80% 세액공제 : 종합부동산세법 제8조, 제9조, 제9조의2
▪ 종부세 납부유예 이자상당가산액 연 3.1% : 국세청 2025년 종부세 안내 /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43조의3
▪ 간주임대료 (위 3.1%와는 별개 제도) : 소득세법상 일정 요건 다주택 임대소득 과세 규정
▪ 미국 재산세 평균 약 1.1% : PropertyShark 2026
▪ 캘리포니아 주민발의 13조(1978)와 묶임 효과 : NBER 연구
▪ 보유세 29.4%·거래세 50.4%·GDP 대비 3.0%(선진국 평균 1.6%) : OECD 『2026 한국경제보고서』 (2026.7.2)
▪ 2026년 세제개편안 : 재정경제부 2026.8.3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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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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