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gyunlim shared this post · 2h ago
희일이송

미국에서 일어난 조난사고가 화제다. 초보 등산객들이 구글의 제미나이에 의존했다가 조난을 당했기 때문이다.

험준하기로 소문이 난 샤스타산. 3명의 젊은이가 정상에 도전했다. 하지만 등산 초보들이다. 제미나이에게 등반 시간이 얼마나 걸리고, 가장 빠른 등산 코스는 무엇이며, 또 뭘 준비해야 되는지 물었다.

제미나이는 정상까지 8시간밖에 안 걸리니 필요한 양보다 훨씬 적은 식량과 물을 가져가라고 친절하게 조언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정상까지 16시간이나 걸렸다. 저녁 7시에서야 정상에서 하산할 수밖에 없었는데 어둠 깔린 산을 내려오다가 결국 조난을 당했다. 8시간이면 끝날 거라고 생각했던 여정이 며칠의 고난으로 바뀐 것이다. 식량이 떨어지고, 일행 중 한 명은 무릎을 다치고, 배터리도 방전됐다.

우여곡절 끝에 지역 보안관실 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이 사건이 화제가 된 이유는 시대의 우화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사고와 판단력을 포기하고 전적으로 기계에 의존했을 때 길을 잃고 어떻게 위험에 처하게 되는지에 대한 우화 말이다. 많은 이들이 낄낄대며 이 사건을 공유하지만 그 농담의 끝맛은 시고 떫다. 저 세 명의 젊은이들이 산속에서 분실한 것은 결국 인간 고유의 비판적 사유 능력인 탓이다.

초보라면 이것저것 더 꼼꼼히 묻고 체크하고 준비하고, 만일의 경우를 더 많이 가정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더구나 대자연은 변수의 연속이다. AI 따위가 그 모든 질문과 가정과 준비를 대신해 줄 리 없다. 기계에 대한 전적인 의존은 곧 존재의 소외이고, 사유의 퇴행이며, 길을 잃어버린 영혼의 배회다.

하기는 이게 어디 등산뿐이려나. 모든 답을 AI에게 강구하려는 사람들을 보면, 언젠가 길을 잃겠구나 싶다. 늦더라도 제 스스로 길을 찾는 게 등산의 재미, 인생의 품격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