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gyunlim shared this post · Apr 24
이충재

Mr. Trump는 아무 일도 없다고 하지만,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고유가'로 인한 수요 파괴가 시작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당장은 생활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요가 파괴 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일단 나프타 크래커 가동 중단 등으로 나프타 수요가 파괴됐다. 나프타 수요가 줄었으니 휘발유 공급은 일시적 환경 기준 완화(호주) 등을 통해 짧은 기간 동안은 별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수 있다.

플라스틱 생산이 줄었다는 얘기지만, 제조 업체별 플라스틱 재고가 4월 중순 정도까지는 있었을거다. 4월 중순까지 있는 재고로 만든 완제품 재고가 업체와 마트에 5월까지는 공급될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 마트에는 중국에서 수출되는 물품 비중이 상당히 높다. 당장 마트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은 중국 때문일 수도 있다.

마트에서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식자재가 하나씩 하나씩 가격이 오르거나 빠지고 있을 수 있다. 에콰도르산 바나나 등의 가격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 바나나는 가격이 높아지면, 수요가 줄어든다. 수요가 줄어들면 수출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이 역시 보이지 않는 수요 파괴다.

나프타 수요 파괴 다음으로 항공유 수요가 파괴되고 있다. 당장 5월 연휴 때 짧게라도 일본이나 베트남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한 사람들 중에 비행기값 때문에 포기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주변에서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올여름 해외 여행을 가려고 대한항공 앱을 켰다가 그냥 포기한 사람이 많을 수도 있다.

이 역시 당장은 우리 일상 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요 파괴다. 일상 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항공사, 특히 저가 항공사의 좌석 점유율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 등에서 우리나라로 여행 오는 관광객이 줄어들 수도 있다. 이는 우리나라 호텔 산업과 관광 명소의 자영업자들의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

당장은 이 정도의 수요 파괴만이 언론에 보도 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질수록 수요 파괴의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할거다.

세계 생산량의 10%에 달하는 석유 공급 차질이 두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데, 아무 일도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세계 각국이 가지고 있는 90일 가량의 원유 재고와 앞서 말한 정유 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보이지 않는 수요 파괴' 때문이다.

어느덧 다음주면 5월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열리지 않고 있다. 원유 재고가 90일치라면 이미 2달이 지났다. 5월부터는 재고가 확실히 줄어들기 시작한다.

재고가 90일치라고 해도 바닥까지 박박 긁어서 90일을 쓸 수 있는게 아니다. 파이프에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석유가 채워져 있어야 운송도 되고, 설비도 돌아간다. 설비 역시 마찬가지다. 50만BPD 정유 설비에 원유 재고가 5-10만BPD 밖에 없다고, 10-20%만 넣어서 설비를 돌릴 수 있는게 아니다. 이렇게 보면, 90일치 재고 중 30-40%는 실질적으로 꺼내 쓸 수 없는 물량이다.

쓸데 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석유 없는 현대 문명이 가능했다면, 매년 GDP 성장과 함께 석유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지도 않았을거다.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위험이 이제 점점 보이게 될거다. 하나씩 하나씩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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