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 사회’가 오고 있습니다>
최근 ‘아싸 브이로그’를 보면, 4~5년 전보다 공감의 농도가 훨씬 짙어졌다.
과거에도 혼밥하고 혼자 여행하는 콘텐츠는 있었다. 그러나 1~2년 전부터 ‘나 홀로 여행’이 브이로그의 핵심 소재가 됐고, 이제는 이슬영웅·박또리 같은 ‘아싸 브이로그’를 기다렸다는 시청자도 많다. 댓글에는 “나와 비슷해 위안이 된다”, “내 밥친구가 돌아왔다”는 반응까지 이어진다.
무엇이 달라진 걸까.
결정적인 계기는 코로나였다.
코로나 이전에는 회사 출근, 학교생활, 회식, 모임, 결혼식과 돌잔치가 인간관계의 기본값이었다. 불편하더라도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사회생활로 여겨졌다.
그러나 코로나를 거치며 사람들은 타인을 만나지 않아도 일하고, 먹고, 소비하고, 즐기며, 연애와 비슷한 감정까지 느끼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배달, 온라인 쇼핑, 재택근무, 게임, 유튜브·넷플릭스, 연애 프로그램, 온라인 커뮤니티, 러닝 크루가 그 자리를 채웠다.
결국 불편한 관계가 사라져도, 혼자 생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집단적으로 학습했다. 관계가 사라진 자리는 플랫폼과 알고리즘이 자연스럽고 빠르게 채운 것이다.
인간관계를 ‘감정’보다 투입과 산출의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다. 관계에도 가성비와 시성비가 적용된다.
왕복 두 시간, 식사비와 술값,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감정 노동, 경조사비까지 계산한다. 그리고 묻는다. “내가 이 사람을 만나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
이제 불편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사람은 오히려 자기 관리를 못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손절’은 냉혈함이 아니라 자존감을 지키고, 경계를 설정하며, 정신 건강을 관리하는 행동으로 번역된다. 참는 능력보다 끊어내는 능력이 성숙함처럼 받아들여지는 것.
친구가 꼭 필요하지 않으며, 외로움과 고독, 지루함을 견디는 사람이 그 시간을 생산적으로 사용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릴스·쇼츠·텍스트도 꾸준히 확산된다. 역사적 인물의 고독과 성공한 글로벌 사업가, 스포츠 선수, 셀럽의 인터뷰까지 근거로 붙는다.
경제적 불안도 관계를 줄이는 또다른 요인이다. 취업, 주거, 경쟁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돈과 시간, 체력과 정서적 여유를 요구하는 관계가 일종의 사치가 됐다.
나도 먹고살기 힘든데 남의 감정까지 책임질 여유가 없는 것이다. 개인은 생존과 성장을 위해 자신의 자원을 타인보다 자신에게 먼저 분배하게 됐다.
쉽게 말해, 친구를 만날 시간에 공부하고, 운동하고, 부업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 결과 친구가 없는 사람는 목표가 분명하고, 군중 심리에 휩쓸리지 않으며, 혼자서도 성장하고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으로 다시 해석된다. (물론 능력주의 시각으로 인해, 고립된 청년들도 있다)
물론 여기에는 방어기제도 작동한다.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아무도 연락하지 않고, 모임에서는 나만 겉도는 것 같으며, 친한 친구도 결혼·육아·이직으로 멀어진다.
이때 “친구가 필요 없다”고 스스로 선언하면, ‘나’는 관계에서 밀려난 사람이 아니라, 관계를 선택하지 않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수동적인 배제를 능동적인 선택으로 바꾼 것.
이를 대신할 ‘얕고 안전한 관계’도 많아졌다. 러닝 크루, 게임, 커뮤니티, 유튜버와의 유사 사회적 관계, 그리고 24시간 나의 이야기를 듣고 과거 대화까지 기억하는 AI가 있다. 관계의 온기는 얻되, 책임과 갈등은 최소화할 수 있는 연결이다.
여기에 ‘가스라이팅’, ‘회피형 인간’,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친구’, ‘멀리해야 할 인간 유형’, ‘나르시시스트’, ‘다크 심리학’ 콘텐츠가 유해한 타자를 빠르게 구분하고 끊어내라고 말한다.
조금 불편한 사람도 ‘유해한 사람’으로 진단되며, 갈등을 조율하는 법보다 관계를 종료하는 법이 더 빠르게 소비된다.
4월 출간된 《손절사회》가 현재도 주간 베스트인 이유도 바로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지금 “친구가 없다”는 고백은 2010년대 중후반처럼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다만 혼자가 편해졌다고 해서 외로움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앞으로는 나이가 어리 건 많건 간에, 외로움 경제가 폭발할 것이며, 관계가 필요 없어서가 아니라, 상처와 비용은 줄이면서, 점점 더 자신이 원할 때만 연결될 수 있는 관계를 원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