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그 ‘마시멜로 이야기’는 틀렸습니다 [김승섭의 공부]
김승섭 교수(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의 새 연재 ‘김승섭의 공부’가 한 달에 한 번 〈시사IN〉 독자들을 찾아옵니다. 학술 언어와 일상언어의 경계에서 건져 올린 사유가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공통의 질문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1970년 스탠퍼드대 심리학과의 월터 미셸 교수 연구팀은 이후 수십 년간 인구에 회자될 연구를 학술지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출판합니다. 연구 대상은 스탠퍼드대 유아원에 다니는 3~5살 어린이 32명이었습니다. 어린이들은 사전검사에서 동물 모양 쿠키 2개와 프레츨 5개 중 더 좋아하는 것을 하나 골랐습니다. 그중 한 어린이가 동물 쿠키를 선택했다고 가정해보지요.
연구팀은 어린이를 한쪽 벽이 거울로 되어 있는 작은 방의 책상 앞에 앉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내가 나갔다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네가 좋아하는 동물 쿠키를 먹을 수 있어. 오래 걸릴 수도 있어. 기다리는 게 싫으면 정해진 신호를 보내면 돼. 그러면 대신 프레츨을 줄게.” 이후 연구팀은 최대 15분 동안 어린이가 볼 수 없는 옆방에서 이들의 행동을 관찰합니다.
연구팀은 어린이 32명을 4가지 조건 중 하나에 무작위로 배치합니다. 책상 위에는 어린이가 좋아하는 쿠키만 놓여 있거나, 덜 좋아하는 프레츨만 놓여 있거나, 둘 다 있거나,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어떤 조건에서 아이가 더 잘 기다릴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기다렸을 때 받는 보상을 생생히 떠올릴 수 있다면 더 오래 기다릴 수 있다.’ 즉 책상 위에 자신이 원하는 보상이 놓였을 때 실험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더 잘 기다릴 수 있다고 가정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두 가지 보상이 모두 눈앞에 있을 때 가장 짧게 기다렸고(평균 1.03분), 아무런 보상도 보이지 않을 때 가장 오래 기다렸습니다(평균 11.29분). 자신이 원하는 보상이 보이는 상황(평균 4.87분)과 덜 좋아하는 보상이 보이는 상황(평균 5.72분)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미래에 받을 보상이 눈앞에 생생하게 보이면 자신의 현재 욕망을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연구팀은 더 흥미로운 사실도 관찰합니다. 어린이들이 더 오래 기다리기 위해 사용한 전략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팔에 머리를 묻거나 손으로 눈을 가려 책상 위에 놓인 보상을 보지 않는 방식이었습니다. 감각의 차원에서 보상을 시야에서 차단했던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기 위해 그 시간을 다른 행동으로 채우는 것이었습니다. 혼잣말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잠을 자려고 시도했지요. 실제로 한 어린이는 기다리는 동안 잠드는 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이 실험을 바탕으로 출판된 논문은 보상을 생생히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의 시간 동안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이 만족 지연(미래의 보상을 위해 현재의 욕구를 참고 기다리는 것)에 효과적이었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눈앞에 보상이 보이는데 그것을 당장 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좌절감이 오히려 기다림에 가장 큰 장벽이 된다는 것입니다. 만족 지연의 본질은 ‘목표를 향한 강한 집중’이 아니라 ‘좌절을 유발하는 자극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기술’에 가까웠던 셈입니다. 이 연구를 시작으로 훗날 마시멜로 테스트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알려지는 일련의 만족 지연 연구가 본격적으로 출발합니다.
1989년 미셸 교수 연구팀이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출판한 ‘아이들의 만족 지연(Delay of Gratification in Children)’은 1970년 이후 19년 동안 진행한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논문입니다. 이 논문이 인용한 참고 문헌 43개 중 22개가 미셸 교수 본인이 참여한 연구였다는 사실은 그가 당시 이 분야 연구자로서 가진 위상을 보여줍니다. 실험이 거듭되며, 1970년 연구에서 동물 쿠키 2개와 프레츨 5개 사이에서 골라야 했던 선택지도 다양하게 변화됩니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형태가 바로 마시멜로입니다. 어린이에게 마시멜로 하나를 주고 실험자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마시멜로를 하나 더 준다고 말합니다. 만약 기다리지 못하고 신호를 보내면 마시멜로를 하나밖에 받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연구진은 보통 15분을 최대 시간으로 정해 어린이가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을 초 단위로 측정했습니다.
이 논문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그 안에 담긴 하나의 연구 결과 때문이었습니다. 스탠퍼드대 유아원에서 마시멜로 테스트를 받았던 어린이 중 35명을 추적 관찰해, 유아 시절에 측정한 기다림의 시간과 그들이 성장해서 치른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 점수 사이의 연관성을 검토한 것이지요. 분석 결과 더 오래 기다린 아이들이 SAT 언어영역과 수리영역 모두에서 점수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더 오래 기다린 아이들은 청소년기에 좌절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자기통제를 더 잘하고, 유혹에 덜 굴복하며, 주의집중을 잘하고, 계획적이며, 스트레스에 더 성숙하게 대처했습니다.
“당신이 35세까지 살 가능성은?”
이 연구는 2006년 5월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쓴 칼럼 ‘마시멜로와 공공정책(Marshmallows and Public Policy)’을 통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칼럼은 미셸 교수 연구팀의 만족 지연 시간과 SAT 성적의 연관성을 언급하며, 사회정책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자제력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마시멜로 테스트는 여러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갑니다. 그중에서도 1969년 시작된 미국 텔레비전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에 등장한 장면은 상징적입니다. 눈에 보이는 쿠키는 모두 게걸스럽게 먹던 캐릭터 쿠키 몬스터(Cookie Monster)가 ‘쿠키 감식가 클럽’에 가입하기 위해 자기통제를 배우는 과정이 2012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방영되었습니다. 이 기획에는 미셸 교수가 자문으로 참여하기도 했지요. 점차 많은 사람들이 마시멜로 테스트에 관심을 갖게 되고, 투자회사들은 노동자들에게 은퇴자금 계획을 장려하는 마케팅 도구로까지 활용합니다. 지금도 유튜브에는 마시멜로 테스트를 설명하거나 자신의 아이를 상대로 마시멜로 테스트를 진행하는 영상이 수백 개 존재합니다.
한국에 마시멜로 테스트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이 번역 출판되면서부터였습니다. 이 책은 2006년 교보문고 연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한국에서만 수백만 부가 팔렸습니다. 가장 최근에 출판된 책의 뒤표지에는 “성공을 설명하는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비유! 전 세계에서 검증된 ‘기다림의 힘’”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책은 마시멜로 테스트를 매개로 꿈을 이루고 더 나은 미래를 손에 넣기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등장인물 간의 대화 형식으로 풀어냅니다.
마시멜로 테스트가 이토록 널리 퍼졌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15분을 기다리면 마시멜로를 하나 더 준다는 실험의 직관성 때문이기도 하고, 3~5살 때의 기록이 성인기 성공과 닿아 있다는 예측력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이 테스트는 ‘참을성 있는 아이가 성공한다’ ‘당신의 태도가 미래를 결정한다’ 같은 보수적 가치관과도 밀접히 닿아 있었습니다. 사회적 환경보다 개인의 성품을 먼저 들여다보게 한 것이지요. 물론 미셸 교수 연구팀의 논문은 더 깊고 다층적인 논의를 품고 있지만, 사람들은 마시멜로 테스트를 ‘15분을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아이가 성공한다’는 교훈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과연 기다리지 않고 마시멜로를 먹은 어린이들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더 큰 보상을 위해 기다리지 못한 어린이들은 정말 자기통제 능력이 부족했던 걸까요. 인생 전체를 바라볼 때 가장 크게 이득이 되는 합리적 선택지를 택할 능력이 없었던 걸까요.
이 질문에 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 시간과 계획에 대한 논의에 집중해보고자 합니다.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 기택(송강호)의 대사에는 ‘계획’이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그 처음은 아들 기우(최우식)가 연세대 재학증명서를 위조하면서 하는 말에 답할 때입니다. 기우가 “아버지, 저는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 내년에 이 대학에 꼭 갈 거거든요”라고 말하자, 기택은 영화의 가장 유명한 대사가 된 대답을 들려줍니다. “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사당동 더하기 25〉 등의 책과 다큐를 통해 가난을 오랫동안 들여다본 사회학자 조은은 이 대사를 두고 이야기합니다. “정말 잘 포착한 거다. 계획이 없거나 계획의 기간이 매우 짧다. 그 길이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계층을 구분하는 인덱스로 써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시사IN〉 제691호 ‘가난을 찍는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기사 참조)
‘시간의 지평선(time horizon)’이라는 학술 용어가 있습니다. ==지평선은 땅의 끝과 하늘이 맞닿아 보이는 경계선을 뜻합니다. 건물이 많은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지요. 우리가 바라볼 수 있는 최대치의 거리는 지평선까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의 지평선은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며 감각하는 미래의 최대치일 것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20년 뒤가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일상이라면, 어떤 이에게는 다음 달조차 온전히 그려보기 어려운 시간일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전쟁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지난 80여 년 동안 자신이 살아가는 땅에서 전쟁을 겪은 적 없는 미국인들이 가진 시간의 지평선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1년 뒤 나와 내 가족이 살아 있을지에 대한 감각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지요.
보건학 분야에서도 시간의 지평선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1994년부터 미국 전역에서 1218세 청소년 2만745명을 대상으로 시작되어 지금도 56년마다 면접조사를 이어가는 에드 헬스(Add Health: National Longitudinal Study of Adolescent to Adult Health) 연구 데이터에는 시간의 지평선과 밀접히 닿아 있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당신이 35세까지 살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합니까?”라는 문항입니다. 노스웨스턴대 생물인류학자인 토머스 W. 맥데이드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분석하여 2011년 〈사회과학과 의학(Social Science & Medicine)〉에 출판한 논문에서, 청소년 시기에 응답한 35세 생존 기대에 따라 20대 초반 시점 흡연자의 흡연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검토했습니다. 정신 건강이나 부모 학력 등의 교란변수를 통제한 이후에도, 35세 생존 기대가 높았던 이들의 흡연량이 하루에 1.37개비 적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나는 오래 살 것 같지 않다’는 감각을 가졌던 청소년들에게, 담배를 피우면 지금 당장 스트레스 해소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훗날 폐암으로 고통받게 될 거라는 조언은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시간의 지평선은 ‘지금 이 순간’
그렇다면 왜 사람마다 시간의 지평선이 다를까요. 이 질문에 가장 먼저 본격적으로 답한 학자 중 한 명이 로런스 K. 프랭크입니다. 그는 1939년 발표한 논문 ‘시간 조망(Time Perspectives)’에서 이 개념을 학술 연구에 처음 도입했습니다. 시간 조망이란 인간이 현재를 과거와 미래라는 더 긴 시간 속에서 바라보는 인지적 능력을 의미합니다. 그는 시간 조망이 인간으로 하여금 즉각적 충동을 절제하고 미리 계획을 세우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라고 보았으며, 계급에 따라 시간 조망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계급적 차이에 대한 통찰은 사회심리학자 커트 르윈을 거치며 더욱 깊어졌습니다. 르윈은 1942년 당시 진행되고 있던 실업 연구들에 기대어 자신의 시간 조망 이론을 발전시켰습니다. 일자리를 잃고 불안정해진 삶 속에서, 한 사람이 세웠던 계획은 거듭 좌초됩니다. 당장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데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의 시간 조망은 퇴행하고, 그가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의 지평선은 축소됩니다. ==벨기에의 인지심리학자 조지프 누탱은 1977년 발표한 글 ‘인간 행동에서의 시간 조망(La perspective temporelle dans le comportement humain)’에서 이 통찰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특정 사회문화 집단의 구성원들에게는, 미래를 계획하지 않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시간 조망이자 최선의 적응이다.”==
영화 〈기생충〉 후반부에서 기택은 또 다른 유명한 대사를 남깁니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뭔 줄 아니? 무계획이야, 무계획. 계획을 하면 반드시 계획대로 안 되거든, 인생이.” 이 대사는 계획을 세울 수 없는 삶을 살아온 기택의 경험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반복된 포기로 인해 생겨난 비관주의가 대사 이면에 있습니다. 아들의 계획에 감탄하던 그가 후반부에서는 아들에게 무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 서사는 제게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시간의 땅을 가지지 못한 계급이 마주한 비극에 대한 이야기로 읽힙니다. 고용과 주거가 모두 불안정하고 자신을 절벽에서 끌어올려줄 사회적 안전망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기택에게 시간의 지평선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었고, 그런 지평 위에서 무계획은 그가 찾아낸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2013년 설레스트 키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마시멜로 테스트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 논문을 학술지 〈인지(Cognition)〉에 출판합니다. 그들이 던진 질문은 이렇습니다. ‘마시멜로를 바로 먹었던 아이는 과연 자기통제 능력이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했던 것일까.’ 연구팀은 기다리는 일이 합리적 선택이 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하나는 기다림의 보상인 또 다른 마시멜로가 너무 늦지 않게 주어질 거라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지금 손에 들고 있는 마시멜로가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들은 이를 인상적인 비유로 설명합니다. “붐비는 보육원에서 어른들의 감독 없이 형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4세 어린이를 상상해보라. 물건을 빼앗기고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일에 익숙한 어린이에게는, 이미 삼킨 간식만이 보장된 간식이다. 그 반대편에는 안정된 가정에서 살아가는 외동아이가 있다. 아이의 부모는 바람직한 행동을 학습시키기 위해 간식을 약속하고 그것을 지킨다. 이 어린이의 세상에서는 물건을 빼앗기거나 약속이 깨지는 부당한 일은 너무나 낯설어서 눈물을 터뜨릴 정도다.”
즉 같은 마시멜로 테스트를 두고 완전히 다른 선택을, 각자의 합리적인 이유로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평균 4.5세 어린이 28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설계합니다. 본격적인 마시멜로 테스트를 진행하기 전에, 연구팀은 어린이에게 낡고 닳은 크레용을 주면서 말합니다. “지금 이 크레용을 써도 되고, 아니면 내가 새 미술 도구를 가져올 때까지 기다려도 돼.” 크레용이 담긴 통은 단단히 봉인되어 있어서, 아이가 열고 싶어도 열 수 없습니다. 그렇게 모든 아이는 2.5분 동안 기다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어린이들은 무작위 두 집단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 조건에서는 연구팀이 약속대로 멋진 새 미술 도구를 잔뜩 가지고 돌아옵니다. 두 번째 조건에서는 연구팀이 빈손으로 돌아오며 “미안해. 내가 실수했어. 다른 미술 도구가 없었네. 그냥 이걸 쓰자”라고 말합니다. 그 결과 첫 번째 조건의 어린이는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을 경험하고, 두 번째 조건의 어린이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어른을 경험하게 됩니다. 유사한 과정을 스티커를 가지고 한 번 더 반복합니다. 이렇게 두 차례에 걸쳐, 어린이는 자기 앞에 있는 어른이 약속을 지키는 사람인지 나름의 판단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사전작업 이후에, 같은 어른이 마시멜로를 책상 위에 놓고 전형적인 마시멜로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자신이 방을 나가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마시멜로를 하나 더 주겠다고 말하지요. 최대 대기 시간은 15분이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약속을 지키는 어른을 경험한 어린이들은 평균 12분2초를 기다렸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어른을 경험한 어린이들은 평균 3분2초를 기다렸습니다. 무작위로 배정된 단 5분 남짓의 사전 경험만으로, 어린이들이 기다리는 시간 차이는 무려 9분에 달했습니다.
이 연구는 1989년 미셸 교수의 논문에서 보고된, 어린 시절의 참을 수 있는 힘이 성인기 삶에 미치는 영향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자기통제 역량이라는 게 어디서 기인하는지를 묻습니다. ==미셸의 연구에서 드러났던 마시멜로 테스트 결과 상당 부분이 실은 어린이가 살아가는 세계의 불안정성, 즉 부모의 양육이나 가정의 자원, 약속이 지켜지는 경험의 누적과 같은 환경적 요소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 연구는 보여줍니다.==
마시멜로 테스트를 본격적으로 비판하며 검토하는 논문은 2018년 학술지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출판됐습니다. 심리학자 타일러 와츠와 경제학자 그레그 덩컨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연구였습니다. 그들의 주된 비판 대상은 유아 시절의 만족 지연 시간이 길었던 어린이들이 청소년기에 대학입시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결과를 발표한 미셸 연구팀의 논문이었습니다. 앞서 살펴보았듯 1989년 〈사이언스〉에 간략히 소개되고 1년 뒤 〈발달심리학(Developmental Psychology)〉에 정식 출판된 연구로, 오늘날 마시멜로 테스트의 대중적 이미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연구이지요.
환경을 탓하지 말라고?
와츠와 덩컨이 비판했던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표본의 숫자가 너무 작았다는 점. 둘째, 표본이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특수했다는 점. 셋째, 통계분석이 과도하게 단순했다는 점입니다. 1990년 출판된 논문에서 대학입시 결과 분석에 포함된 연구 대상은 스탠퍼드대 유아원에 다닌 어린이 35명이었습니다. 35명이라는 숫자도 적지만, 더 중요한 점은 그 어린이 모두 스탠퍼드대 교직원과 대학원생의 자녀였다는 사실입니다. 미셸의 논문은 연구 참여자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구체적으로 보고한 적이 없지만, 그들은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안정된 가정 출신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자기통제와 관련해 가장 시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이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러한 집단이 빠진 채로 도출된 결과를 정책의 근거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연구팀은 국립아동건강인간발달연구소 지원으로 1991년부터 구축된 대규모 종단연구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미국 전역 10개 지역에서 어린이 총 1364명을 출생 당시부터 추적 관찰한 데이터입니다. 이 데이터에 포함된 어린이 중 어머니가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자녀 표본은 흑인 비율이 16%, 고졸 미만 어머니의 비율이 14%, 빈곤선 이하 가구의 비율이 18%로, 미국의 일반적인 인구구성과 매우 유사했습니다. 반면 어머니가 대학을 졸업한 자녀 표본은 흑인 비율이 단 2%, 빈곤선 이하 가구가 한 곳도 없는 등 압도적으로 백인 중심의 안정된 중산층 가정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두 집단을 분리해서 분석했고, 핵심 분석 대상이 된 어린이 숫자 역시 552명으로 미셸 교수 연구팀의 분석 대상보다 10배 이상 많았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해 54개월(약 4.5세) 무렵 측정한 마시멜로 테스트 결과가 15세 시점의 학업성취와 행동 문제와의 연관성을 어떻게 예측하는지를 살핍니다. 연구 결과는 여러 측면에서 놀라웠습니다. 먼저 연구팀은 어머니가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자녀 552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만족 지연 시간과 학업성취 간 연관성의 크기를 검토했는데, 그 크기가 1990년 미셸 연구팀의 결과보다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다음 분석은 더 결정적이었습니다. 이 줄어든 연관성조차 가정환경과 초기 인지능력, 그리고 4살 무렵의 인지능력과 같은 주요 교란변수를 통제하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사라졌습니다. 즉, 4살 때의 만족 지연이 이후 학업성취와 관련이 있어 보였던 결과는 가정환경과 초기 인지능력으로 인한 착시였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입니다. 어머니가 대학을 졸업한 자녀 집단을 따로 분석했을 때도 같은 형태로 연관성이 사라졌습니다.
성공이 모두의 목표가 된 시대입니다. 온라인에는 실패하지 않기 위한 자기 계발 영상이 수없이 돌아다닙니다. 그 영상들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교훈이 있습니다. 환경을 탓하지 말라, 지금 당장 편해지고 싶은 자신의 욕망과 싸워라, 꿈을 향해 하루하루를 걸으며 미래를 위해 살아라, 지금 너의 선택이 10년 뒤 너를 만든다···.
==능력주의가 시대의 상식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우리는 각자가 가진 스펙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러한 평가를 마땅하다고 여기는 이면에는 각자가 해온 선택이 스스로를 만들었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선택을 할 수 있는 무대는 과연 공정했을까요. 각 개인이 살아온 역사와 환경은 지워버리고 선택에 작동하는 사회적 요인들은 잊은 채, 그 결과로 인한 책임만을 각 개인에게 부여하는 사고방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그것은 마시멜로를 지금 당장 먹는 게 가장 합리적인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에게, 왜 충분히 인내하고 기다리지 못하느냐고 채근하는 어른의 모습과 그리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지난 50년간 마시멜로 테스트 연구를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우리의 시선은 4살 어린이가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린 시간이 무엇을 예측하느냐가 아니라, 그 어린이가 살아가는 세계가 어떤 곳이었고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를 향해야 합니다. 어른의 약속이 지켜지는지, 손에 쥔 것을 누군가 부당하게 빼앗아가지 않는지,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시간의 지평선이 충분히 단단한지 먼저 물어야지요. 미래를 위한 자기통제는 그 단단한 땅 위에서 자라는 능력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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