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gyunlim shared this post · 1h ago
Sanghyun Park

올해 미국 Z세대 사이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된 두 영화는 Backrooms와 Obsession이다. 두 영화는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가졌는데, 이유는 두 감독이 모두 이십 대였기 때문이다. 각각 21세, 27세.

나이 든 세대가 관심을 가진 이유는 단순하다. 20대가 만들고, 20대가 환호한다면, 그들을 극장에 끌어들이는 데 실패한 헐리우드가 그들의 영화에서 어떤 힌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다. 수퍼 히어로물만 퍼나르던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를 보이니까 돌파구를 젊은 감독들에게서 찾는 거.

1.
얼마 전에도 쓴 것처럼, Obsession은 단순한 스토리인데, 20대가 애정 관계에서 갖게 되는 공포를 극도로 부각시켜서 관심을 모은 것 같다. 하지만 틱톡으로 화제가 될 수준의 플롯이 전부였고, 연기나 편집은 무난한 수준. 차라리 2014년에 나온 It Follows가 아이디어는 좀 더 참신했다는 생각.

하지만, 둘 다 아이디어를 풀어내는 방식은 뒤로 갈수록 허술하거나 진부했다.

2.
Backrooms는 처음에는 뻔한 스토리처럼 시작되다가 뒤로 갈수록 감독의 재능이 돋보이는 영화다.

뻔하다는 건, 우리 세대 관객의 눈에는 이 영화가 차용해온 많은 영화, 드라마들을 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얘네들은 우선 존 말코비치 되기부터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다음에는 Z세대가 열광하는 liminal space를 상업화해 보려는 의도가 너무 분명해 보였다. (이걸 공포 영화라고 포장하는 이유는 알겠지만, 솔직히 내 나이에는 전혀 무서운 영화가 아니다. '뭘 하려는지 알겠으니, 다음 장면이나 보여줘')

하지만 '이러다가 어설프게 수수께끼 엔딩으로 마무리하겠지' 했던 내 짐작과 달리, 영화는 중반을 넘으면서 꽤 탄탄한 설계를 보여줬다. 그래서 정말 새롭고, 정말 재미있는 영화가 탄생했냐면, 그렇지는 않다. 별점 7.1/10 정도?

중요한 건 스무살을 갓 넘은 감독이 이걸 해냈다는 거다. 예술에서는 같은 수준의 작품이라도 어떤 나이에 했느냐가 중요하다. 발전의 가능성 때문이다.

3.
발전의 가능성이 중요함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 크리스토퍼 보글리(Kristoffer Borgli)의 The Drama다.

노르웨이 감독인 보글리는 2023년에 (경력이 사실상 끝났다고 하는) 니콜라스 케이지를 데리고 Dream Scenario를 만들었다. 주변 사람들이 자기가 등장하는 꿈을 꾸는 한 교수의 이야기다. 아주 흥미로운 아이디어라서 관심을 끌었는데, 막판에 힘이 빠지면서 다소 뻔한 결론으로 끝나서 아쉬웠다.

그렇게 잊고 있었는데, 이번에 젠데이아와 로버트 패틴슨을 데리고 만든 게 더 드라마(The Drama)다. 보글리가 만들었다면 보지 않았겠지만, 젠데이아와 패틴슨이 주연했다면 봐야한다. 특히 패틴슨은 감독 선구안이 좋아서, 패틴슨만 나오면 나는 꼭 본다.

4.
잘 알려진 것처럼 젠데이아는 오디세이에 단 6장면 출연하고도, 16장면에 나온 앤 해서웨이의 5~8배를 받았다. (백인과 흑인 여배우가 뒤바뀌었다면 아무 말도 없었을 사람들이 "이게 말이 되냐"며 흥분했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시드니 스위니 좋아함.) 온라인에서, 특히 30대 후반 이상의 남성들을 중심으로 젠데이아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제법 된다는 걸 아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들이 젠데이아를 데려오지 못해 안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모르겠다면 이 영화를 보면 된다. 정말 훌륭하고 재미있는 영화지만, 젠데이아와 패틴슨이 아니었으면 이 수준의 작품이 나올 수 없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두 사람이 영화를 구했다는 게 아니라, 영화를 완성했다는 의미에서.

훌륭한 배우를 데려와서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뽑아내는 거, 감독의 중요한 재능이다.

5.
두 배우 외에도 이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든 게 이 영화의 스토리였다. (크리스토퍼 보글리는 영화사에 아이디어를 정말 잘 파는 감독인 게 분명하다.) 결혼을 앞둔 커플이 있는데, 우연한 기회에 한 사람의 과거를 알게 된다. 어릴 때 학교에서 총기 난사를 계획했다가 포기했다는 것.

이건 스포일러가 아니라, 영화의 세일즈 포인트다. 그 뒤에 약혼자와 주변 사람들이 그 사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이 영화의 내용이다.

처음에는 미국의 총기 문화와 그게 남긴 상처를 다루는 영화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단순하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다. 총기 난사는 소재일 뿐이고, 영화는 인간 탐구이고, 때로는 코미디에 가까울 만큼 경쾌한 속도로 진행한다.

연기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게 편집이다. 비선형적 편집은 과하면 거부감이 드는데, 이 영화는 적정선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장점을 잘 살렸다. 두 주연 배우가 100%를 연기했는데 그 연기를 활용해서 120%를 만들어 낸 게 이 영화의 편집.

6.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의 전작이 막판에 힘이 빠졌던 걸 알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저렇게 마구 복잡해지는 상황을 어떻게 마무리할까?'하는 데 더 신경이 쓰였다. 후반까지 흥미진진했기 때문에 또 진부한 마무리를 하면 저 훌륭한 연기가 낭비되는데, 하는 걱정.

쓸데없는 걱정이었음. 젊은 감독은 이렇게 성장하는 거.

강력 추천하는 작품. 단, 내가 올해 최고의 영화가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One Battle After Another)'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거 감안하시길. 싫은 사람은 싫은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