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장은 지난 주 제헌절 휴일동안 하락한 미국 장을 반영할 거라 생각합니다. 미-이란의 교전으로 유가가 많이 올라오네요.... 오늘까지 신문사에 컬럼 보내야 해서 마지막 작업, 1800자로 줄여야 하는 작업 중입니다. 나이들어도 베토벤의 5번 교향곡 마지막 악장을 들으면 가슴이 벅차 오르네요. 베토벤과 함께 컬럼 쓰는 작업에서 제일 힘든 1800자 이내로 줄이는 작업해야 할 거 같네요.... 일단 글자 수 줄이기 전, 제가 쓴 글 드라프트 올리니 한 번 읽어보세요.....
AI 투자, 은행과 미 정부가 멈출 수 없는 이유
인공지능이 몰고 올 미래를 두고 두 가지 역사적 비유가 맞선다. 1차 산업혁명의 방직 기계는 생산성을 혁명적으로 끌어올렸지만 그 과실은 공장주에게 집중됐고 숙련공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반면 2차 산업혁명의 철도와 전기는 초기 투자 거품이 꺼진 뒤 운송비를 폭락시키고 모든 산업의 혈관이 되어 시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AI가 어느 길을 걸을지는 단순한 공학의 문제가 아니라 배분의 정치경제학에 달려 있다.
AI가 인플레이션을 잡고 금리를 낮추려면 기술이 소수 거대 기업의 전유물에 그치지 않고 경제 전체로 번져야 한다. 생성형 AI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수준에 머무는 동안에는 물가도 금리도 움직이지 않는다. 중소 제조업체의 공급망을 최적화하고 지역 병원의 행정 비용을 낮추고 항만 물류의 병목을 풀어내는 범용 기술로 진화할 때 비로소 경제 전체의 총공급이 확대되며 구조적 물가 하락 압력이 발생한다. 결정적 변수는 접근성이다. 오픈소스 생태계가 살아나 동네 슈퍼마켓 주인도 저렴한 비용으로 수요 예측 모델을 돌릴 수 있게 되면 생산성 향상의 과실이 소비자 가격 하락으로 스며든다. 반대로 몇몇 빅테크가 독점적 모델로 시장을 장악하면 생산성 증가분은 주주 배당에 갇히고 거시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진다.
그런데 지금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는 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연준이 20여 년 만의 고금리로 긴축하는데도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연간 수백조 원을 AI 데이터센터에 쏟아붓는다. 본래 고금리는 장기 투자에 독이지만, 월가 은행권의 이해관계가 이 흐름을 떠받치고 있다. AI 생태계는 고금리 한파 속 거의 유일한 핫 마켓이다.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사모대출, 부동산 유동화 증권 발행, 스타트업 투자 자문까지 AI 벨류체인 전체가 은행들의 수수료와 이자 이익을 떠받치는 거대한 자금 회로로 작동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 붕괴 이후 벤처캐피털의 초기 자금이 마른 자리를 은행권 신용이 메우며 고금리에도 기술 인프라에 과잉 투자되는 기묘한 균형이 유지되는 이유다. 은행 입장에서는 AI 투자가 지속되어야만 고금리로 일반 대출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도 실적을 방어할 수 있다. 이 거대한 자금 회로가 멈추는 순간, 월가의 수익 모델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운명도 결정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은 결국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속된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HBM을 비롯한 AI용 반도체 수요는 빅테크의 CAPEX 사이클과 직결된다. 월가 은행들이 AI 투자를 유지해야만 하는 구조적 이유는 곧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를 떠받치는 논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고금리 압박으로 하이퍼스케일러들이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선다면 그 충격은 곧장 용인과 평택의 반도체 라인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의 핵심 축이 글로벌 금융 자본의 이해관계와 이토록 촘촘하게 연결된 적은 없었다.
여기에 더 강력한 플레이어인 미국 정부의 셈법이 맞물린다. 국가 부채는 34조 달러를 넘겼고 연간 이자 비용만 국방 예산을 추월했다. 이 빚더미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한 출구는 명목 성장률을 금리보다 높게 유지해 부채 비율을 희석시키는 길이다. AI는 '고성장-저물가'라는 방정식을 풀 유일한 열쇠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생산성 혁명이 완성될 때까지 이 실험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데이터센터가 굶주리지 않도록 전력망 확충과 신규 원전 인허가를 밀어붙이고, 중소기업의 AI 도입에 세액공제를 확대해 기술 파급을 의도적으로 촉진하려 들 것이다. 재무부의 부채 관리 전략도 같은 방향을 향한다. AI 생산성 증대로 인플레이션이 내려가 금리가 낮아지기 전까지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신용 공급 경로를 어떤 식으로든 보호할 공산이 크다.
결국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 버블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과 패권국의 재정, 그리고 한국과 같은 제조 강국의 산업 기반이 한 방향으로 정렬된 정치경제학적 필연에 가깝다. 월가 대형 은행들은 AI를 사실상 유일한 수익 파이프라인으로 삼아 고금리 시대의 돌파구를 찾고 있고, 미국 재무부는 천문학적 국가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AI 기반 생산성 향상 말고는 마땅한 시나리오가 없다. 그리고 그 기관차에 한국 반도체 산업이 올라타 있다. 은행의 이익 증대, 미국 정부의 부채 부담 완화, 그리고 한국의 반도체 수출 생태계 유지라는 세 가지 이해관계가 AI 투자의 지속을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강제하고 있는 셈이다. 그 기관차가 서민의 삶을 바꾸는 보편적 혁명으로 이어질지는 끝내 알 수 없지만, 적어도 AI 투자라는 기관차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만은 이들의 이해관계가 증명해주고 있다. 은행은 이익을 포기할 수 없고, 미국 정부는 부채를 감당할 다른 길이 없다. 이 거대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한 AI 투자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The show must go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