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gyunlim shared this post · 4h ago
Jaehoon Jeong

오징어는 왜 이렇게 맛있을까. 바닷물 덕분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짠 바다에 살아서다. 오징어는 염분 3.5% 농도의 바닷물 속에서 세포 속 수분을 지켜야 한다. 전문 용어로 말하면 삼투압을 맞춰야 한다. 그렇다고 세포 안을 소금으로만 채울 수는 없다. 높은 무기염 농도는 단백질이 제대로 작동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오징어는 타우린·베타인·TMAO(트리메틸아민 N-옥사이드)와 여러 유리 아미노산을 함께 이용한다.

그중 글리신과 알라닌은 단맛을 내는 아미노산이다. 마른오징어를 오래 씹을수록 단맛이 우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징어가 살아가고자 몸속에 마련한 화학적 장치가 맛을 살려준다는 건 어찌 보면 조금 미안한 이야기다. 하지만 모든 물질이 맛을 좋게 만들어주는 건 아니다. TMAO는 그 자체로는 냄새가 없지만 세균에 의해 트리메틸아민으로 바뀌면 비린내를 풍기는 원인이 된다. 타우린의 맛도 약하다. 마른오징어 겉면의 흰 가루는 상당 부분이 타우린인데 맛보다는 건강과 연결 지어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2023년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타우린을 먹인 생쥐와 선충이 더 오래 살았다는 논문이 실려 떠들썩했다. 사람과 원숭이에서도 나이가 들수록 혈중 타우린이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타우린을 더 먹으면 되는 걸까. 2025년 같은 학술지에 실린 연구에서는 타우린이 나이에 따라 일관되게 줄지 않았다. 개인차도 커서 노화의 지표로 삼기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오징어는 소고기처럼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이기도 하다. 생물 기준 100g에 단백질이 18.8g이나 들어 있다. 그런데 식감은 소고기와는 달리 치밀하고 섬세하다. 오징어의 근섬유는 소고기 근섬유의 10분의 1이 되지 않을 정도로 극히 가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는 근섬유가 여러층으로 놓이고, 질긴 콜라겐이 그사이를 보강한다. 다시 말하지만 오징어가 맛있는 건 바닷물 덕분이다. 오징어 몸통은 본래 바닷물을 힘차게 뿜어 앞으로 나아가는 근육 주머니다. 바다에서는 추진 장치였던 근육을 식탁에서 우리는 쫄깃하게 씹어 먹는다. 얇게 썬 회는 톡 끊어지고, 두툼한 몸통은 턱을 여러번 더 움직이게 만든다.

그런데 내가 요리한 오징어가 맛없다면? 문제는 불 조절이다. 오징어를 볶다가 잠깐 한눈을 팔면 촉촉하던 살이 고무줄처럼 변한다. 열을 받은 근육과 콜라겐이 수축하면서 물을 짜내기 때문이다.

오징어를 익히는 길은 크게 보아 두 갈래다. 짧게 익혀 탄력과 수분을 남기거나 약한 불에서 충분히 오래 익혀 질긴 콜라겐이 풀리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토마토소스 속에서 뭉근히 익은 오징어가 뜻밖에 부드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

나에게 딱 하나를 고르라면 역시 신선한 오징어를 살짝 익혀낸 요리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스페인 레스토랑 ‘가토스’에서는 독도에서 낚시로 잡은 오징어를 파프리카로 만든 로메스코 소스, 어린 완두순, 토마토와 함께 낸다. 부드러우면서도 탄력 있는 오징어에 불향이 살아 있다. 구운 파프리카 향과 토마토가 어우러지면서 단맛, 감칠맛, 고소한 맛이 터진다. 바닷속을 힘차게 헤엄치던 오징어에 다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먹어보면 정말 그렇다.

[맛있는 이야기] 달큰하고 쫄깃쫄깃한 ‘오징어’…바닷물 덕분에 맛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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