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요커에 많은 밀레니얼 세대가 공감하는 글이 실렸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어느 여성 작가가 쓴 자신의 이야기인데, 나름대로 작가로서 자리를 잡은 여성이 또래 친구들과 대화할 때마다 느끼는 소외감을 아주 솔직하게 그렸다. 그 소외감의 중심에는 '집'이 있다.
글쓴이는 오랫동안 뉴욕과 LA의 미디어 업계에서 일했고, 친구들도 대체로 비슷한 직업을 갖고 비슷한 수준의 수입을 올린다. 그래서 외식하고 여행하는 생활습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어느 순간 친구들이 뉴욕의 브라운스톤 같은 주택을 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자기가 알기로 그 친구들의 연봉은 100만 달러짜리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어떻게 사는 걸까? 알고 보니 부모와 조부모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현재 미국에서는 '거대한 부의 이전(Great Wealth Transfer)'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침묵의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 그러니까 1920~1960년대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이 자녀들에게 막대한 부를 남겨주고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이들은 미국에서 자산을 축적하기 가장 좋은 시기에 집과 주식을 사고, 연금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두 세대가 주택시장에 진입했을 때는 집값이 훨씬 낮았고, 그들이 수십 년 동안 모기지를 갚는 사이 집값은 크게 올랐다. 지금 이들 중 상당수는 대출이 없는 집을 소유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이 일하던 1980년대 이후 미국의 주가는 장기간 상승했기 때문에 금융자산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전후 미국 경제의 성장기를 통과하는 행운을 누렸다. 특히 침묵의 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할 당시 미국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주택·교육·고용을 통한 자산 축적을 돕는 제도적 환경도 유리했다.
그런데 이제 이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자녀들에게 재산을 상속하고 있고, 그 재산을 물려받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또래들과는 전혀 다른 출발점에 서게 된다.
그렇다면 미국은 이제 상속귀족사회(inheritocracy)로 접어드는 걸까?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상위 1%의 부자들을 보면 좀 다른 그림이 보인다. 상위 1%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 가운데 성인이 된 뒤에도 상위 1%에 남는 사람은 12%에 불과하고, 40%는 상위 1%는커녕 아예 상위 20% 밖으로 밀려난다.
상위 1%에서 밀려난다고 해서 가난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미국 사회에서 상위 1%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아주 치열하다. 사업체를 상속받은 사람들조차 대부분 그 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내준다.
미국의 숨은 부자들 ④
https://otterletter.com/hidden-millionaires-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