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 위치 0:00 / 0:00

우리들이 농촌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건축가는 해결사가 아닙니다. 사람들의 삶을 보살피고, 공간적으로 조직해주는 그런 직업입니다. 특히 공공건물이 그렇습니다. 쓸 사람에게 물어봐야 됩니다.

이 영상을 보며 product engineer의 역할을 떠올렸다. 건축가가 건물보다 그곳을 사용할 사람의 삶을 먼저 보듯, 개발자도 코드보다 제품을 사용할 사람의 삶을 먼저 봐야 하는 건 아닐까?

이 질문이 지금의 글로 이어졌다. 앞으로 이 글에서 계속해서 등장할 ‘면사무소’와 ‘목욕탕’ 이라는 비유를 이해하기 위해, 이 글을 읽는 모든이들이 1분 30초 남짓하는 영상을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곤 이 글이 우리 사회 전반 혹은 개발자들이 ‘면사무소’가 아닌, ‘목욕탕’ 을 만들기 위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그런 글이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 삶 혹은 사회엔 수많은 ‘면사무소’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꽤나 오래전부터 이를 인식해왔다. 아마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비슷한 예시를 몇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내 생에 첫 ‘면사무소’ 는 아마 야간자율학습이 공식적으로 금지되었던 고교시절이었다. 당시의 포면적인 취지는 입시와 성적 중심의 경쟁이 만든 비교육적인 관행에서 학생들을 해방시켜주고, 학생 자신이 방과 후 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보아온 현실은 그런 취지의 기능과는 거리가 멀었다. 입시 경쟁은 당연히 야간자율학습 폐지와 함께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애초부터 그럴 수 없었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다. 비교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학생들은 애초부터 학교를 나와 학원이나 과외로 향하고 있었고, 형편상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학교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석식을 먹고, 늦은 시간까지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는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