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의 기술
아침에 카페에 배달된 우유를 누가 냉장고에 넣어야 하는지는, 사실 그렇게까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우유는 상하지만 않으면 되고, 가게는 어쨌든 돌아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세상에는 꼭 그런 사소한 장면 하나로 사람의 내면이 들통나는 순간이 있다.
요즘 갑질은 예전처럼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컵을 던지지도 않고, 테이블을 치지도 않고, “내가 누군지 알아?”를 외치지도 않는다. 그건 너무 구식이다. 너무 올드하고, 너무 티가 난다. 요즘 갑질은 훨씬 세련됐다. 말투는 부드럽고, 문장은 정중하고, 표정은 웬만하면 관리된다. 대신 내용이 무섭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좋은 사람인 척하면서 상대를 작게 만드는 것. 그것이 현대적 갑질의 핵심이다.
첫 번째 원칙은 화를 내지 않는 것이다. 대신 실망하면 된다. “화가 난다”보다 “많이 아쉽네요”가 훨씬 품위 있어 보인다. “이렇게 하시면 곤란합니다”보다 “이런 기본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네요”가 훨씬 덜 공격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다. 대놓고 혼나는 것보다, 실망의 대상이 되는 쪽이 더 숨 막힐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