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에서 발생한 28주 쌍둥이 산모 사건을 두고 환자의 '선택'을 비난하는 여론이 높다. "왜 무리하게 장거리 이동을 했느냐"는 성토가 이어진다.

나는 응급실에서 수많은 인간군상을 만났다. 살인마도 있었고 자살 시도자도 있었다. 제삼자가 보기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멍청한 기전으로 실려 오는 환자도 수두룩했다. 하지만 그가 어떤 삶을 살았든, 어떤 무모한 선택을 했든, 내 앞에 도착한 환자라면 조건 없이 살려놓는 것이 의사의 본분이자 존재 이유다.

아픈 환자를 두고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의료는 국민의 그 어떤 '어리석은 선택'조차 품어낼 수 있을 만큼 견고한 사회적 최후 안전망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잃은 산모를 비난하기보다, 의사로서 안타까움을 먼저 전하고 싶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환자의 '과거'를 심판하는 판사가 아니라, '현재'의 사투로 '미래'를 열어주는 의사이기 때문이다.

사건만 터지면 정치권은 "가까운 병원이 무조건 받게 하라"는 대책을 내놓는다. 현장을 모르는 이들의 망상이다. 신생아 중환자실(NICU)이 없는 병원에 산모를 밀어 넣는 건 치료가 아니라 '방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