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 화. 세이렌. 듣고 싶은 노래. 그러나 듣고 싶지 않았던 노래.

세이렌은 흔히 노래로 선원들을 유혹하여 죽음으로 이끄는 존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독일의 로렐라이 전설도 이와 닮았습니다. 라인 강변의 높은 바위 위에 앉은 아름다운 여인이 노래로 뱃사람들의 넋을 빼앗고, 결국 배를 암초에 부딪혀 난파하게 만든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아름다운 소리’ 속에 죽음이 숨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왔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세이렌과 싸우지 않습니다. 키클롭스처럼 눈을 찌르지도 않고, 라이스트뤼고네스에게서처럼 달아나지도 않으며, 키르케에게 했던 것처럼 협상을 벌이지도 않습니다. 이번의 적은 눈앞에 있지만 손으로 붙잡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다가가기도 전에 이미 마음속으로 들어와 버리는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세이렌은 인간의 마음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어떤 갈망을 깨우는 소리입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12권에서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에게 세이렌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부하들의 귀에는 밀랍을 넣고, 자신은 돛대에 묶인 채 노래를 들으라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