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의 지적 재산권 약탈
웹상에 공개된 거의 모든 자료를 긁어 모으고, 도서를 수십 만권씩 구입해서 내용을 모두 학습시키고, 불법 서적 유통 사이트를 통째로 털어 LLM에 밀어 넣고, 이것을 '모두를 위한 서비스'로 탈바꿈시켜 제공하는 앤트로픽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 일부는 이를 엄청난 혁신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상은 (나오미 클라인이 지적했듯이) 역사상 가장 악랄한 지적 재산권의 약탈행위다. 이런 지적에 대해 '현재의 저작권법은...이므로 전적으로 그릇된 것은 아니다'라는 답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내가 보기엔 기술자본주의적 논리에 완벽히 항복하는 논리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법으로 감당이 안 되는 현실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데, 기존의 법이 말하는 바를 그대로 읊는다는 게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학생들과 여러 번 사고실험을 한 적이 있다. "제가 이 학교 구성원이 쓴 모든 책과 찍었던 모든 유튜브 영상, 연구자들이 쓴 공개된 모든 논문을 싹 다 모아서 '대학 구성원을 위한 지식 LLM 서비스'를 구축한다고 합시다. 이를 위해서 교수, 학생, 교직원이 퍼블리시한 모든 자료를 모두 모아서 서비스를 시작했다면 어떤 반응을 얻게 될까요? '와, 이런 서비스를 만들어 주다니 너무 감사하네요!'라며 환영하실 분이 얼마나 될까요? 여러분의 소셜 미디어, 블로그, 유튜브 채널을 모두 데이터화한다고 한다면, '그래요. 제 데이터 가져다가 좋은 일에 써 주세요.'라며 기꺼이 자신의 글과 영상, 이미지와 오디오를 내어주실 건가요?' 이렇게 물었을 때 긍정적으로 답하는 이들을 본 적이 없다.
"결국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유용한 ‘지능’으로 기능하는 데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는 수많은 개인과 조직이 오랜 기간 만든 것입니다. 거대 언어 모델 개발사들은 이들 조직과 개인에게 데이터 사용에 관한 법적 허락을 구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행위가 ‘모든 인류를 위한 것’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웁니다. 결국 모두에게 좋은 일을 하고 있으니 불만을 감수하라는 것이지요. 나오미 클라인은 「환각은 인공지능이 아닌, 그들을 만들어 낸 이들이 범하고 있다」는 제목의 『가디언』 칼럼에서 인공지능이 기후 위기를 해결하고 현명한 거버넌스를 제공할 것이며, 거대 기술 기업은 믿을 만하다는 생각, 나아가 인공지능이 우리 모두를 고된 노동에서 해방할 것이라는 예측 모두가 철저한 환각이라고 주장합니다. 나아가 인공지능 개발을 이끄는 거대 IT기업의 전략을 “인류 역사상 가장 방대하고 치명적인 도둑질”이라 표현하면서, 역사상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한 글로벌 대기업들이 “디지털 형태로 존재하는 인간 지식의 총합을 일방적으로 탈취하여 독점 제품 안에 가두어 두는 것”이라고 일침을 날립니다.
이는 소위 ‘실리콘밸리 기업의 플레이북’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이어집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가짜 사회주의’의 약속을 하고 있지만, 이는 거대 IT기업들이 늘 따르는 행태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르면 기업은 첫 단계에서 검색 엔진·매핑 도구·소셜 네트워크·동영상 플랫폼·차량 공유 등 매력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듭니다. 다음 단계에서는 이들을 몇 년 동안 무료 또는 최소한의 이용료만을 부과하면서 자신의 서비스를 활용해 실행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열어 줍니다. 중요한 것은 이 단계에서 자유와 민주주의·정보 공유와 사람 간의 연결 등을 내세우며 그럴듯한 명분을 쌓는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단계에 가면 사람들이 이런 무료 도구에 매료되면서 경쟁업체가 줄줄이 나가떨어지게 됩니다. 특정 기업이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지요. 다음 단계에서는 타깃 광고·지속적인 감시·경찰 및 군대와의 계약·블랙박스 데이터 판매·구독료 인상 등이 이어집니다. 그렇게 그 기업은 막대한 이익을 얻습니다.
기업이 어떤 전략을 취하든 현재의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 과정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훌륭한 알고리즘을 만들었다고 해서 생산자들의 동의 없이 데이터를 가져다 쓰는 일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제가 동료들과 인공지능을 깊게 연구한 뒤 ‘모든 시민을 위해 만드는 서비스’라는 명분으로 국내 포털과 다양한 플랫폼의 텍스트를 몽땅 가져다가 사용할 수 없듯이 말입니다." -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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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 신작 3년치 싹쓸이…80t 주문자 앤트로픽이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70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