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gyunlim shared this post · 2h ago
김재석

[우울우울 근황]

이 나이에 확장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덤으로 폐부종까지 얻었습니다. 여러 검사를 돌려본 결과, 나머지는 전부 건강한 것으로 보아 지속적인 음주 때문이거나 (확인되지 않는) 가족력으로 보입니다. 6개월 동안 약물 치료를 받아보고 이식 여부를 결정하자고 합니다.

불과 3달 전에는 대만의 설산을, 2달 전에는 한라산 백록담을 올랐는데 지금은 숨이 차서 홍대입구역을 빠져나가는 데에도 10분 넘게 걸립니다. 30대의 나이에 70대의 심장을 갖고 살게 되었습니다. 심기능이 조금만 떨어져도 이렇게 사람 꼴을 못하게 된다니... 흑흑.

[제 심장은 됐으니...]

여러분! 제 심장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지금 부산 인디음악의 심장이 멈출 위기에 놓였기 때문에 도움을 청합니다. 며칠 전 부산 라이브 공연장 '오방가르드'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위생 문제도 아니고 미성년자한테 술을 판 것도 아닙니다. 공연 중에 관객이 춤을 췄다는 게 처분 사유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은데 진짜입니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일반음식점은 손님이 춤추는 걸 허용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처음 걸려도 영업정지 2개월. 과징금으로 바꿀 수도 없습니다. 참고로 청소년한테 술 팔다 걸리면 셔터 내리는 게 7일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냐면, 우리 법에 '라이브 공연장'이라는 업종이 아예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음악 공연을 주로 하면서 술도 파는 공간을 담을 그릇이 없어서, 전국 라이브 공연장 거의 전부가 '일반음식점'으로 신고되어 있습니다. 국밥집, 삼겹살집이랑 공연장이 같은 칸에 들어가 있는 겁니다. 그 칸에는 "손님 춤 금지"가 붙어 있고요.

그럼 다른 데로 옮기면 되지 않냐 싶은데, 갈 데가 없습니다. 유흥주점으로 바꾸면 미성년자가 아예 못 들어오고 유흥업으로 분류되어 많은 세금을 내야 합니다. 공연법상 공연장으로 등록하면 객석에서 술 못 팔게 됩니다. 많은 공연장이 무료 공연+유료 식음료 정책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겁니다.

문체부는 K-코첼라를 한다는데, 대중음악의 근간이 되는 라이브 공연장은 그냥 정상 영업하는 것 자체가 상시 처분 대기 상태인 꼴입니다. 마포구가 위치한 홍대는 자체 조례를 통해서 어느 정도 숨통을 트였다고는 하지만 이 마저도 현행 법과의 충돌 소지가 있어 분명한 조치는 아니라고 합니다.

먼 옛날 뉴욕에도 이런 법이 있었습니다. 1926년부터 '손님이 춤추는가'로 업소를 갈랐는데, 91년 동안 요식업소 2만 5천 곳 중에 면허 딴 데가 97곳이었습니다. 0.4%. 아무도 못 지키는 기준이라 2017년에 폐지했습니다. 우리는 그걸 아직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뭘 했냐면]

뜻이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 공연법 개정 제안서를 썼습니다. 영국·스코틀랜드·미국·일본·독일 입법례 다 뒤졌는데, 주요국 중에 '춤'으로 업종 가르는 나라는 없었습니다. '소규모음악공연장'이라는 등록유형을 새로 만들자는 제안을 만들어 오늘 국회 문체위 의원 16명 전원에게 보냈습니다.

규제를 마구잡이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등록하려면 소방기준을 맞춰야 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 뮤지션한테 출연료를 실제로 줬다는 증빙까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심장은 알아서 잘 고쳐볼 테니, 이 제안이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른 멋진 분이 준비한) 국민동의청원도 올라가 있습니다. 지금 심사 중인데 나중에 동의 한 번 눌러주시면 정말 큰 힘이 될 듯합니다. 5만 명 넘으면 상임위로 자동 회부됩니다.

아무쪼록 여러분, 건강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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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Hyeok Yim 뉴욕예제가 무려 100년전인게 상징적이군요... 우선은 건강이 나아지시길 바랍니다 😢 7h ago
Hangyeol Lee 아니 선생님 도입부를 이렇게 여실 줄이야... 5h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