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yun shared this post · 2h ago
CHOI

오늘 금융권이 난리난 사건이 하나 있었죠.

2027년에 AGI가 온다고 165쪽짜리 글을 쓴 사람이 그 논리대로 펀드를 만들어 상반기에만 439%를 벌었습니다. 그리고 7월 30일, 보유 주식을 전부 넘겼습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손실이 아닙니다. 그가 2년 전에 쓴 그 글이 지금 무엇을 맞히고 무엇을 놓쳤는지, 제가 다시 읽어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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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먼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짧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7월 30일,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네스라는 헤지펀드가 약 160억 달러 규모의 상장주식을 시타델에 넘겼습니다.

종목을 하나씩 시장에 판 게 아니라 계정을 통째로 넘긴 거래였고, 인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죠. 6월 30일까지 수수료를 떼고 수익률 439%. 엔비디아, AMD, 마이크론, 샌디스크, TSMC 같은 종목을 빌린 돈까지 얹어 사고 소프트웨어를 공매도한 구조였습니다.

운용 규모는 보도마다 200억에서 450억 달러대까지 갈립니다. 7월에 산 쪽이 내리고 판 쪽이 오르면서 양방향으로 손실이 났고, 담보를 더 넣으라는 요구가 커지자 자금이 막혔습니다.

넘긴 건 상장주식이고, 앤트로픽 같은 비상장 투자는 그대로 들고 있습니다. 사건 자체는 이미 많이 다뤄졌으니 저는 다른 쪽을 파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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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저 펀드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가 이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2024년 6월, 레오폴드 아셴브레너가 '상황인식(Situational Awareness)'이라는 165쪽짜리 문서를 공개했습니다.

그는 오픈AI 초정렬팀에서 일하다 그해 4월 회사를 떠났고 당시 24세였습니다. 회사는 기밀 유출을 이유로 들었고, 아셴브레너는 이사회에 보안 문제를 제기한 뒤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초정렬팀은 사람보다 뛰어난 AI를 어떻게 안전하게 통제할지를 연구하던 조직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팀 자체도 해체됩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나온 문서는 시작부터 강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그 흐름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실리콘밸리는 물론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회람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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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 글은 AI 능력을 재는 기준부터 다릅니다.

아셴브레너는 벤치마크 점수로 발전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AI가 실제로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유효 연산량'의 자릿수로 계산합니다.

그는 이 기준으로 GPT-2를 유치원생, GPT-3를 초등학생, GPT-4를 똑똑한 고등학생 수준에 대응시킵니다. GPT-2에서 GPT-4까지의 발전은 약 4.5에서 6자릿수의 도약으로 계산합니다.

이 계산의 출발점은 2020년 발표된 스케일링 법칙입니다. 연산량과 데이터, 모델 크기를 늘리면 성능도 예측 가능한 곡선을 따라 향상된다는 관찰입니다.

아셴브레너는 여기에 최근 몇 년간의 알고리즘 효율 개선과 추론 방식의 발전까지 더해 앞으로도 비슷한 규모의 도약이 한 번 더 이어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여기에 같은 규모의 발전이 한 번 더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2027년쯤 11자릿수에 도달하고, 그 지점에 적어둔 이름이 '자동 AI 연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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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 글이 하려는 이야기는 도착 시점이 아니라 그 다음입니다.

사람 수준 연구자가 나오면 그 연구자가 다음 모델을 만듭니다. 개선하는 주체가 개선 대상이 되는 순간, 속도 자체가 복리로 붙습니다.

아셴브레너는 이 구간을 지능 폭발이라 부르고, 사람 수준에서 초지능까지 몇 년이 아니라 1년 안쪽으로 지날 수 있다고 씁니다.

수백만 개의 자동 연구자가 병렬로 돌아가는 그림입니다. 10년치 알고리즘 진보가 몇 달로 압축된다는 서술도 나옵니다.

사람이 연구를 하는 속도와 AI가 연구를 하는 속도가 다르다는 게 전제죠. 그러니까 이 글이 겨누는 건 그 날짜를 지난 뒤입니다. 시간의 단위 자체가 바뀐다는 주장이고, 여기서 이 글은 기술 예측을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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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초지능이 나오면 그건 국가의 문제라는 게 그의 논지입니다.

군사적 우위가 몇 년 안에 결정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이걸 미국과 중국의 문제로 옮기고, 결국 정부가 개발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문서 안에서는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2027년에서 2028년 사이에 정부 주도 체제가 만들어진다고 봤습니다.

민간 연구소가 알아서 초지능을 만들게 두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죠. 2차 대전기의 원자탄 개발이 비교 대상으로 등장합니다.

다만 같은 진영 안에서도 갈리는 문제였습니다. AI 2027 시나리오를 쓴 코코타일로는 지난해 대담에서 국유화 지지를 접었다가 다시 돌아왔고 여전히 확신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지자들끼리도 답을 못 정한 채로 남아 있던 질문인 거죠.


6/ 보안이 이 글에서 가장 구체적인 부분입니다.

그는 프런티어 연구소의 보안 수준이 무방비에 가깝다고 썼습니다. 모델 가중치와 알고리즘 비밀이 그대로 새 나가고 있다는 것이고, 이사회에 이 문제를 올린 뒤 해고됐다는 그의 설명과 맞물립니다.

가중치가 유출되면 상대는 학습 비용을 내지 않고 결과만 가져갑니다. 수천억 원을 들여 만든 모델이 파일 하나로 넘어가는 셈이죠.

알고리즘 비밀은 더한데, 자릿수를 만드는 방법 자체가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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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정렬 문제를 다루는 태도도 특이합니다.

그는 통제 실패 위험을 인정하면서도 해결 가능한 공학 문제로 봅니다. 다만 지능 폭발 구간에서는 사람이 검토할 시간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짚습니다.

몇 달 안에 세대가 넘어가면 검증이 따라붙지 못한다는 것이죠. 초정렬팀에서 일하다 나온 사람의 진단이라는 점을 같이 봐야 합니다.

같은 팀 출신 코코타일로는 지분 85%에 해당하는 몫을 걸고 비방 금지 조항 서명을 거부하고 나가며 안전한 개발이 어렵다고 했고, 정렬에는 조용한 실패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겉으로는 잘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내부에서 이미 어긋난 상태를 뜻합니다. 검토할 시간이 없다는 아셴브레너의 지적과 같은 문제를 가리키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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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럼 2년이 지난 지금, 이 예측은 어디까지 왔을까요.

가장 잘 맞은 건 인프라입니다. 에세이 공개와 같이 나온 네 시간짜리 대담에서 그가 말한 2030년 클러스터는 100기가와트짜리였습니다.

미국 발전량의 20%를 쓰고, H100 1억 개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조 단위 달러 클러스터라는 말이 그때는 과장으로 들렸는데, 실제 데이터센터 투자가 그 방향으로 갔습니다.

제가 보기에 더 정확했던 건 병목 여러 개가 동시에 조인다고 본 부분입니다. 칩, 메모리, 전력, 인허가가 같이 걸립니다.

메모리 계약가격이 세 분기 만에 네 배가 되고 낸드가 상반기에만 100% 넘게 뛴 흐름도 같은 그림 안에 있습니다.

수출통제와 국가 안보 프레임이 실제 정책으로 자리 잡은 것도 그의 예측 쪽입니다. AI를 안보 사안으로 다루는 건 이제 기본값이 됐습니다.


9/ 반대로 빗나간 쪽도 선명합니다.

그가 그린 원자탄식 단일 국가 프로젝트는 아직 없습니다. 미국 정부가 연구소를 흡수해 개발을 직접 쥐는 그림은 실현되지 않았고, 판을 움직이는 건 여전히 민간 연구소와 그들의 자금 조달입니다.

오픈웨이트 모델이 빠르게 따라붙은 것도 그의 그림과 다릅니다. 그는 소수 연구소가 자릿수를 독점하는 구도를 전제했는데, 값싼 공개 모델이 그 격차를 계속 깎고 있죠.

이번 주만 봐도 그렇습니다. 오픈AI는 GPT-5.6 라인 가격을 내렸습니다. 경량 모델은 80%, 최상위 모델도 20% 인하입니다.

딥시크는 7월 24일 V4를 정식 배포로 전환했고요. 자릿수를 앞서 쌓은 쪽이 값을 먼저 내려야 하는 판이면, 자릿수가 곧 이익이라는 전제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GPT-4급 성능의 비용도 3년 사이 100만 토큰당 30달러에서 0.5달러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10/ 그런데 6월에 그 예측이 실제로 작동했습니다. 6월 12일, 앤트로픽이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지시로 Fable 5와 Mythos 5의 외국인 접근을 차단했습니다.

전 세계 모든 고객에게서 두 모델이 내려갔고요. 정부가 개발을 직접 하지는 않았죠. 대신 어떤 모델을 누가 쓸지를 정부가 정한 겁니다.

아셴브레너가 예측한 국가 개입이 이런 형태로 왔습니다. 연구소를 흡수하는 대신 배포 스위치를 쥐는 쪽이죠. 그가 2024년에 보안을 걱정한 이유도 여기서 드러나는데요.

가중치가 어디로 가는지를 국가가 통제하기 시작하면, 모델은 제품이 아니라 전략 물자가 됩니다. 이 사건 이후 소버린 AI 논의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자국 모델과 인프라가 없으면 다른 나라 결정 하나로 서비스가 꺼진다는 게 실증됐으니까요.


11/ 그래서 지금 국가들이 움직이는 방식은 그의 그림과 다릅니다.

프랑스는 1,090억 유로를 걸었고, 영국은 국가 프런티어 모델을 만들 기업 연합을 꾸렸습니다. 한국은 대통령실에 AI미래기획수석을 신설했는데, 초대 수석이 4월 재보선 출마로 물러난 뒤에도 AWS코리아 출신 후임이 내정되며 자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7월 31일에는 국가 예산으로 학습한 750B 모델 K-엑사원 2.0이 Apache 2.0으로 풀렸고요. 소버린 AI는 수익 사업이라기보다 보험에 가깝습니다.

확률이 불확실해도 안 깔았을 때의 손실이 크니 깔아두는 겁니다. Fable 사건이 그 보험료를 정당화해줬습니다.

그가 그린 건 미국 정부가 연구소를 모아 만드는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실제로는 여러 나라가 각자 내수용 인프라를 깔고, 미국은 통제권만 쥐는 쪽으로 갈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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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027년 예측은 지금 판정할 단계가 아닙니다.

오픈AI 수석과학자 야쿱 파초키는 9월에 첫 AI 연구 인턴을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며칠 걸릴 연구 과제를 맡기는 수준이고, 2028년 3월 전까지 이걸 자율성이 더 높은 자동 연구자로 끌어올린다는 일정입니다.

둘의 차이는 얼마나 오래 혼자 일하게 두느냐뿐이라고 그는 설명합니다. 그가 작년 팟캐스트에서 한 말도 있습니다.

세상에 대한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아이디어를 내는 컴퓨터가 그리 멀지 않았다고요. 추론 모델이 처음 돌아가던 밤에는 조직이 이 속도를 감당할 준비가 됐는지 겁이 났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인턴이 9월에 나오면 아셴브레너가 2027년에 놓은 자동 연구자까지 한 칸입니다. 그가 적은 2027/28년 90% 자동화, 2028/29년 초지능 순서와 회사의 공식 목표가 거의 겹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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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그런데 만드는 쪽에서 먼저 속도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7월 30일, '페이싱 더 프런티어'라는 성명이 공개됐습니다. 보도 기준 프런티어 랩 직원 1,293명이 서명했고, 자동 AI 연구가 눈앞에 왔으니 속도를 조절할 기술과 거버넌스 수단을 미국 정부가 국제적으로 지원하라는 요구를 담았습니다.

서명자 명단이 내용보다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파초키, 수츠케버, 아모데이, 마크 첸, 셰인 레그. 9월에 연구 인턴을 내놓겠다는 당사자가 같은 주에 속도 조절 수단을 요청한 겁니다.

지능 폭발 구간에서는 사람이 검토할 시간이 없다는 게 에세이의 경고였는데, 그 구간을 앞둔 사람들이 검토 시간을 만들어달라고 정부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정부가 개발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 개발 주체가 정부에 개입을 요청하는 방향은 에세이도 못 그린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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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이 글에 대한 비판도 정리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자주 나오는 반론은 자릿수 계산이 곧 능력 예측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연산과 효율을 곱해 얻은 숫자가 실제 연구 능력으로 번역되는 과정은 검증된 게 아니고, 그 번역을 가정으로 깔고 시점을 못 박았다는 지적입니다.

스케일링 자체에 대한 회의도 커졌습니다. 초정렬팀을 같이 이끌던 수츠케버는 지난해 11월 대담에서 스케일링의 시대는 끝났고 다시 연구의 시대가 왔다고 말했습니다.

자릿수를 쌓으면 능력이 따라온다는 전제의 원조 격인 사람이 그 전제에서 내려온 겁니다. 물리 제약을 빼놓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알고리즘이 빨라져도 반도체 공장과 전력망은 몇 달 만에 안 바뀝니다. 실제로 수도권 데이터센터 전력 신청 20GW 가운데 심사를 통과한 게 네 건이었습니다. 자릿수는 계산으로 늘리지만 전기는 계산으로 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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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이제 처음의 사건으로 돌아옵니다.

펀드는 에세이와 거의 같이 태어났습니다. 공개 직후 대담에서 그는 투자사 설립 계획을 밝혔고, 스트라이프의 콜리슨 형제와 냇 프리드먼, 대니얼 그로스가 초기 자금을 댔습니다.

AGI 이후의 십 년이 거칠 것이고 그때는 자본이 좌우한다는 게 그가 밝힌 이유였습니다. 트레이딩 경력은 전무했고요.

에세이의 논증 순서가 포트폴리오 순서와 그대로 겹칩니다. 자릿수를 늘리려면 연산이 필요하고, 연산에는 칩과 메모리와 전기가 들어갑니다. 그래서 인프라를 사고, 그 능력 때문에 이익을 잃을 쪽을 팔았습니다.

말과 돈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정직합니다. 다만 조건이 하나 숨어 있었습니다. 저 논리가 판정되는 시점은 2027년인데, 포지션 손익은 매일 정산됩니다. 예측의 시간과 담보의 시간이 다릅니다.


16/ 17/ 439%라는 숫자는 레버리지를 빼고는 설명이 안 됩니다.

헤지펀드는 자기 돈만 굴리지 않습니다. 증권사에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려 포지션을 키우는데, 이 창구를 프라임 브로커라고 부릅니다.

자기 돈 1에 빌린 돈 3을 얹으면 주가가 10% 오를 때 수익률은 40%가 됩니다. 439%라는 숫자가 나오는 통로가 이겁니다.

문제는 같은 배수가 반대로도 돈다는 것이죠. 담보로 맡긴 주식 값이 떨어지면 빌린 돈에 비해 담보가 부족해지고, 증권사는 돈을 더 넣으라고 요구합니다.

이게 마진콜입니다. 그리고 이 요구에는 유예가 없습니다. 며칠 안에 현금을 넣지 못하면 증권사가 담보를 직접 팔아 회수합니다.

판단이 맞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시한이 먼저 오는 구조죠. 공매도도 같은 원리로 돕니다. 주식을 빌려 먼저 팔고 나중에 사서 갚는 거래라, 판 종목이 오르면 갚을 값이 그만큼 커집니다.


17/ 7월에 그 요구가 양쪽에서 동시에 왔습니다.

AI 인프라가 꺾이는 동안 공매도한 소프트웨어는 올랐습니다. AI가 소프트웨어 이익을 잡아먹는다는 전제로 짠 조합이었는데, 그 전제가 한 달 동안 반대로 움직인 겁니다.

헤지처럼 보였던 구조가 실은 같은 판단에 두 번 건 것이었죠. 산 쪽에서 담보가 줄고, 판 쪽에서 갚아야 할 금액이 늘어납니다.

공매도 손실은 이론상 상한이 없어서 더 까다롭고요. 그도 버티려고는 했습니다. 7월 24일 투자자 서한에서 이번 급락을 작년 초 이후 최고의 매수 기회라고 부르며 8월 1일부터 신규 출자를 받겠다고 했는데, 기대한 약정이 모이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 엿새 뒤가 시타델 매각입니다. 분산도 도움이 안 됐습니다. 6월에 나온 극단 의존 분석에서 하락 구간의 자산 연결 밀도는 0.88, 평시 가정은 0.46이었습니다. 여러 종목에 나눠 담아도 담보를 요구받는 순간에는 한 덩어리로 움직입니다.


18/ 그리고 청산이 끝나자 시장이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강제 매도 물량이 사라졌다는 사실 자체를 시장은 악재 소멸로 받았습니다.

7월 31일 반도체 관련 종목이 반등하고 코스피도 낙폭을 되돌렸다는 소식이 이어졌고요. 며칠 전까지 하루 10% 넘게 오르내리던 종목들이었습니다.

이 반응이 하락의 성격을 거꾸로 알려줍니다. 수요가 꺾여서 빠진 것이라면 매도 주체 하나가 사라진다고 방향이 바뀌지 않죠. 수요는 매수자가 돌아올 때 확인되는 것이니까요.

파는 사람이 없어지자 값이 붙었다는 건, 내려간 이유의 상당 부분이 그 종목을 들고 있던 쪽의 자금 사정이었다는 뜻입니다. 하락 구간에 나왔던 여러 해석 가운데 산업 수요가 꺾였다는 쪽 설명은 이 반등으로 힘을 잃었습니다.


19/ 그럼 왜 하필 시타델이 받았을까요.

큰 물량을 공개 시장에 쏟으면 스스로 값을 더 밀어내립니다. 그래서 급할 때는 한 번에 받아줄 상대를 찾는 편이 손실이 작습니다.

문제는 160억 달러대 주식 묶음을 하루에 받을 수 있는 곳이 세계에 몇 곳 없다는 것이죠. 시타델은 켄 그리핀이 세운 곳으로 운용 규모가 700억 달러대이고, 시타델 증권은 미국 주식 거래의 상당 부분을 처리하는 시장조성 회사를 함께 두고 있습니다.

받은 물량을 자기 유통망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받는 쪽이 유리한 거래입니다. 파는 쪽은 시간이 없고 대안도 없으니까요. 인수 가격이 공개되지 않은 이유도 여기 있다고 저는 봅니다.


20/ 남긴 자산이 그의 판단을 말해 줍니다. 비상장 투자는 손대지 않았습니다.

약 50억 달러 규모로 전해지는 앤트로픽 지분이 여기 포함되고, 주식만 정리한 뒤 비상장 투자사로 남는 방향을 보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앤트로픽은 5월 라운드에서 9,650억 달러로 평가받았고, 이르면 10월 상장 전망까지 나와 있는 회사입니다. 비상장 지분은 거래가 없어 매일 가격이 찍히지 않습니다.

담보 가치가 흔들려도 추가 증거금 요구가 바로 오지 않죠. 털어낸 자산과 남긴 자산을 가른 기준은 값이 매겨지는 주기였습니다.

에세이의 논리를 그대로 믿는다면 앤트로픽 지분이야말로 가장 직접적인 포지션이기도 하죠. 결국 매일 담보로 계산되는 자산부터 팔려 나갔습니다.


21/ 국내에도 같은 성격의 조치가 있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 예탁금이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올라갑니다. 매매단위도 1좌에서 20좌로 높아지고 마케팅 자체가 중단되죠. 시행 시점은 앞당겨졌습니다.

감독당국이 문턱을 올리는 목적은 물량 관리입니다. 배수를 걸 수 있는 자금을 줄여, 급락 구간에 한꺼번에 청산되는 규모를 미리 깎아두는 것이죠.

7월에 공개된 연구에서는 개인이 흔히 쓰는 신호 여섯 종을 비용과 파산 확률까지 넣어 검증했더니 넷이 반증되고 지지된 게 없었습니다. 전망을 손대는 대신 정산 조건을 조정한다는 점에서 방향이 같습니다.


22/ 다만 이걸 신용 위기로 넓히는 건 근거가 부족합니다.

하워드 막스는 지난해 11월 메모에서 연속된 부실 사건을 시장 전체의 붕괴로 읽지 말라고 적었습니다. 기관이 서로 얽혀 연쇄 실패를 만드는 것과, 호황기에 실사와 대출 기준이 느슨해져 같은 오류가 여러 곳에서 반복되는 것은 다른 메커니즘이라는 구분입니다.

7월에 나온 주문장 모형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냈습니다. 전염 경로를 여섯 단계로 올려가며 시험했는데, 제 가격의 닻이 살아 있는 시장은 옆 시장이 흔들려도 압력을 흡수했습니다.

시장조성자가 빠지면 호가 깊이가 64% 줄고 스프레드가 136% 벌어지지만, 그것만으로 불이 붙지는 않았습니다.


23/ 결국 이 사건은 두 개의 다른 이야기입니다. 하나는 2024년에 쓰인 165쪽 문서가 어디까지 맞았느냐입니다.

연산과 전력과 안보 프레임은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 왔고, 국가는 개발을 직접 쥐는 대신 배포 통제와 소버린 인프라로 들어왔습니다.

2027년 자동 연구자는 9월에 첫 판정 재료가 나옵니다. 다른 하나는 그 문서를 담보로 바꿨을 때 벌어지는 일입니다. 논리가 맞았는지는 2027년에야 확인되는데, 빌린 돈에 붙은 담보는 매일 값이 다시 매겨집니다.

글이 틀려서 진 게 아니라, 글이 가리킨 시점과 돈을 굴리는 시점이 달라서 밀린 겁니다. 청산 다음 날의 반등까지 보면, 시장이 판정한 건 그의 자금 사정이었습니다.


24/ 그래서 앞으로 볼 숫자는 자금 조건 쪽입니다. 자금 쪽은 세 가지를 봅니다.

8월 이후 메모리 계약가격의 기울기,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는 장기 국채 금리, 그리고 예탁금 인상 이후 국내 레버리지 잔액. 계약가격만 버티면 이번 일은 배수 정리로 끝나고, 셋이 함께 눕기 시작하면 산업 쪽 문제로 넘어갑니다.

에세이 쪽은 9월입니다. 오픈AI가 예고한 AI 연구 인턴이 실제로 나오는지, 그것이 사람 대신 연구를 굴리는지가 2027년 예측의 첫 확인 지점입니다.

자릿수를 세는 일은 이제 그 글을 읽은 다른 사람들에게 넘어갔습니다. 정작 글을 쓴 사람은 값이 매일 매겨지지 않는 자리에서 2027년을 기다리는 쪽을 골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