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na shared this post · 4h ago
고영혁 (Dylan Ko)

요즘 AI로 만든 슬라이드로(매체가 파워포인트이든 웹슬라이드든, PDF든) 발표들 많이 하시죠? 발표 자료 준비하는 프로세스에 따라 크게 3가지 정도로 그룹을 나눠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A. 이 주제로 발표해야 되 (옵션 : 대략 이런 내용 넣어서 만들어줘) -> AI 제작 -> 오, 나름 괜찮네? -> 사람 발표

B. 세부 목차는 이거고 각 세목과 관련된 참고 자료들은 어느 폴더에 있어. 발표 자료 만들 때 이러이러한 부분을 고려해야 해 -> AI 제작 -> 러프한 피드백 (좀 전체적으로 이런 색상으로 해줘. 더 세련되게 할 수 없어? 커버 이미지에 시선이 확 하게 바꿔봐 등등) -> AI 수정 -> 사람 발표

C. 아래와 같은 제작 흐름으로 슬라이드 작성 후 발표

  1. 재료 준비
  • 세부 목차 및 세목별 키 메시지 MD 파일, 키 메시지와 관련된 정보와 참고 자료등을 모아둔(이 리서치도 AI가) 폴더

  • AI가 한 것이 티가 잘 안 나고 훨씬 세련되고 고품질의, 발표 슬라이드에 특화된 디자인 시스템 (특히 색상 팔레트, 여백 처리, 깔맞춤). 클로드 디자인으로 하든 별도로 MD 혹은 HTML 로 애셋화해서 만들든

  • 발표 내용을 토대로 각 슬라이드에 따라 적절한 애니메이션 연출 내지는 일러스트나 사진 등 이미지 생성 기획안을 AI 가 작성

  1. 완성도 높이는 제작 루프 : AI 작업 <-> 인간 리뷰
  • 준비된 재료로 드래프트 생성

  • 드래프트를 하나하나 보며, 슬라이드 몇 번의 이 부분은 이런 면에서 좀 맘에 안든다 이렇게 바꿔봐 (캡쳐와 코멘트로 하거나, 클로드 디자인 등의 웹슬라이드 도구에서는 해당 부분 마우스로 선택해서 바로 코멘트)

  • 평가 리뷰 및 개선 피드백 by HITL : Human In The Loop)

  • 인간 디자이너와 달리 AI 디자이너는 짜증 안내고 지치지 않고 토큰이 있는 한 무한 수정 가능. 발표자인 주인이 지치지 않는 한...

  1. 가끔가다가 AI 에이전트가 직접 전부 다 발표하거나 종종 일정 부분 맡아서 발표 (자신의 음성으로 슬라이드를 단순히 읽는게 아니라 내용 파악해서 애드립으로 말하며, 적절하게 화면 구성 요소 하이라이팅하고 슬라이드 넘김까지)

저는 B와 C의 중간쯤에서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C로 넘어간 상태이고,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스킬, 자료, 시스템 등이 자연스럽게 셋팅이 되서 초반에 비해 속도와 품질 모두 상당히 올라갔습니다. 성격상 시작부터 HITL 은 철저하게... 정말이지 제가 만약 제 피드백을 받는 디자이너였다면 '대표님 저 회사 알아서 나가라고 이러시는거죠?'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를 정도로...

A는 정말 티가 많이 납니다. AI 가 만든 티만 많이 나는게 아니라 얼마나 성의가 없게 발표 준비를 했는 지가 티 많이 납니다. 뭐, 발표자 분의 판단과 결정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일단 티가 많이 난다는 것을 유념하세요.

사실 A는 인간이 발표하는게 아니라 AI가 발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입을 빌려서 AI가 발표하는, 뭔가 주객이 전도가 된 이상하고 슬픈 상황이지요.

C처럼 하다보면 사실상 인간의 시간도 꽤 투자해야 합니다만, 자료 조사에서부터 하나하나 슬라이드 디자인하고, 내용 넣어서 마우스와 키보드를 동시 조작하며 각종 크기/위치/정렬 및 옵션 조작해야 했던 시간들을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게 적은 시간이긴 합니다. 파워포인트로

게다가 기억과 스킬쪽을 잘 챙겨두었다는 전제 하에, 매번 똑같은 '짓'을 할 필요 없이 콘텐츠의 핵심 뼈대만 인간이 잘 잡아주면 나머지는 점점 에이전트가 알아서 해주니까요.

예전부터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아직까지는 AI 가 잘 못해서 인간이 해야만 하는 것은... 욕구에 기반한 go(more) vs. stop(enough) 의 결정과 more 상황에서 AI도 헤맬 경우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적절한 피드백입니다.

욕구에 기반한 go vs. stop (아 이건 좀 더 해보면 좋을거 같은데 vs. 이 정도면 됐어)이 아니라 철저한 평가에 의한 go vs. stop 이 현재 AI 로 일을 하는 프로세스에서 엄청 중요하기도 합니다.

현재, 잘 만들어진 하네스 내지는 워크플로우들은 계획 > 실행 > 평가 의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어느 하나 안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만, 은근히 많은 사람들/AI들이 잘 못하는 것이 '평가'일지 모르겠습니다. 평가의 목표 설정, 평가의 기준 설계, 설계한 기준의 구현... 모두 다 중요한데 어느 것이든 정말 제대로 하려면 쉬운 것이 솔직히 없습니다.

예전부터 많이 거론되던 PDCA 싸이클과도 일맥상통하는데, Plan - Do - Check - Act 에서 Act 는 사실상 개선을 의미하고, 이 개선의 실질적인 모양새는 결국 Plan 과 Do의 혼합입니다. 따라서 PDCA 의 중요성과 취지에는 완전 공감하지만, 한 싸이클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순환하는 관점에서 더 깔끔하게 설계한다면 개인적으로는 Plan - Do - Eval 순환 싸이클이 더 적절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얼마 전부터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는 것이... AI 에이전트한테 어떤 태스크를 던졌을 때 태스크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 외에도, 해당 태스크에 딱 맞는 최적의 EVAL 을 자율적으로 동적으로 설계하게 하는 주제입니다. 이것이 어느 정도 되면 AI 에이전트가 또 한 단계가 업그레이드 된다고 믿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사수가 부사수한테 '이 일의 평가 체계를 설계하고 적용해서 그 기준을 넘어서는 결과물을 들고 와봐' 라고 시켰는데, 부사수가 훌륭한 평가 체계와 결과물 셋트를 들고 왔다고 생각해 보세요.

하지만, 설사 이런 시스템을 멋지게 만들었다고 해도, '욕구'에 의한 '아 이거 뭔가 좀 아쉬운데...' 와는 다른 관점입니다. 이걸 AI 가 하는 순간이 오면 인간한테는 매우, 정말로, 진심으로 심난한 상황이라고 믿습니다.

일하다가 저녁 먹고 잠시 쉴 동안, AI 로 슬라이드 만드는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글을 쓰다보니 EVAL system 이야기까지 흘러오게 되어버렸는데, 초벌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업계 흐름과 얼개가 보이고 있네요. 좀 더 구체화되면 또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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