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게 스레드를 돌아다니는데, 처음에는 이걸 읽고 장난으로 쓴 줄 알았다. 그런데 댓글을 보니 아빠들이 모여서 난리가 났다. 자기가 저렇...
Canonical: https://social-archive.org/hyungyunlim/prk1TJjNGp
Original URL: https://www.facebook.com/sanghyun.simon.park/posts/pfbid02XXgsfqsFGK6SK9xhc52LhPPAdnzH4iXe9j8ijTZqmbz15v8ECFZNRmvx2ztzFTJ7l
Author: Sanghyun Park
Platform: facebook
Share mode: full
## Content
이런 게 스레드를 돌아다니는데, 처음에는 이걸 읽고 장난으로 쓴 줄 알았다. 그런데 댓글을 보니 아빠들이 모여서 난리가 났다. 자기가 저렇다며, 몇 년 후의 자기라며, 아빠 좀 사랑해달라고 그냥 모두들 자기 연민에 빠져서 대환장 파티. 그 아빠들을 나무라려는 게 아니라, 냉정하게 분석을 좀 해보자. 내가 보기에는 딸이 저러는 이유는 글 안에 다 나와있다. 1. 노란색 부분을 보자. 이 아빠는 마라탕 같이 먹은 거, 보드게임 같이 한 거, 딸이 좋아하는 아이돌 이름 몇 개 외운 걸 두고 자기는 꽤 노력했다고 한다. 도대체 뭐가 노력인지 모르겠다. 먹는 거? 게임하는 거? 아이돌 노래 좀 듣는 거? 솔직히 노력 1도 안 들어가는 것들이다.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그런데 저 아빠는 "이 정도면 꽤 노력한 것 같다"고 한다. 딸이 왜 말을 하지 않는지 궁금하다면 답이 여기에 있다. 아빠가 자식과 같이 밥먹고, 놀고, 음악 듣는 걸 '노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딸이 그걸 눈치채지 못할 것 같나? 딸이 원하는 건 아빠가 자기와 보내는 시간을 즐기는 것이지, 노력하는 게 아니다. 중2가 되면 아빠의 저런 생각을 알아채는 나이다. 중2 '병'이 아니라, 중2의 '깨달음'이다. 2. "말을 걸면 대답은 짧다." 숙제 했냐? 응. 밥 먹을래? 아니. 어디 나가는데? 알아서 뭐해. 뭔 일 있냐? 아, 신경쓰지 마. 대답이 짧은 이유는 대개 질문이 짧기 때문이다. 저런 질문 툭 던져놓고 인생 고민을 털어놓기를 바라면 안 된다. 3. 아니, 나는 그러지 않아요. 오랜만에 긴 얘기해 보고 싶어서 시간 내서 얘기해도 대답이 짧아요,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가장 최근에 했던 '긴 대화'가 어떻게 끝났는지를 생각해 보자. 부모가 인생 선배로서 하고 싶은 충고를 길게 늘어 놓고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만족한다면, 그 대화에서 딸이 얼마나 말을 했는지 냉정하게 생각해 보라. ▪️최근에 했던 대화에서 내가 말한 시간이 딸이 말한 시간보다 길었다면, 딸은 이번 대화를 피할 거다. ▪️최근에 했던 대화에서 내가 말한 시간과 딸이 말한 시간이 비슷했다면, 딸은 이번 대화를 피하지 않을 거다. ▪️최근에 했던 대화에서 내가 말한 시간보다 딸이 말한 시간이 길었다면, 딸은 내게 먼저 대화를 요청해 올 거다. 이건 우주의 법칙이니 외우시라. 4. 딸의 입장에서 제일 환장하는 건 다음 두 문장이다. "아마 아무 잘못도 없을 것이다. 그냥 딸이 중2가 된 것이다." 이 아빠는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고 믿을 뿐 아니라 (물어는 봤나?) 딸을 중2병 환자라고 진단한다. 이렇게 멋대로 환자로 진단하고 자기 연민에 빠져 있는 아빠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십 대는 없다. 40살이 되면 혹시 달라질 수 있어도, 그런 십 대는 세상에 없다. 5. "어릴 때 영상을 다시 본다." 아이의 어릴 때 사진을 보며 회상에 빠지는 건 그 시절을 겪은 부모의 특권이다. 하지만 특권이라고 해도 사용할 때 조심해야 한다. 그러고 있는 부모를 보는 아이들은 '너는 어릴 때 이렇게 예뻤는데, 지금은 왜 그 모양이냐'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십 대처럼 자기 자신에 대해 불만이 많을 때는 더욱 그렇다. 부모가 자기의 어린 시절만 쳐다 보고 있으면 현재의 자신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어릴 때 사진과 영상을 보고 있는 걸 아이가 봤다면, "하지만 아빠는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지금의 네가 더 좋다"고 말해주라. 부모가 현재의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화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걸 끊임없이 깨우쳐 줘야 한다. 십 대의 자아는 여전히 보호를 필요로 한다. 십 대의 딸이 아빠의 관심을 놓고 어린 시절의 자기와 경쟁하게 하지 말라. 6. 십 대의 아이를 키우면서 해야 하는 노력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같이 먹어주는 게 아니다. 그런 건 친구들이랑 먹을 때 더 맛있다. 아빠가 평소 듣지도 않는 가수 이름 알고 있다고 '우리 아빠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내 경험에 진짜 노력은 불안해하지 않는 거다. 부모는 불안이 디폴트 모드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걸 아이들에게 자꾸 드러내면 아이들은 부모가 자기를 믿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기를 신뢰할 때 비로소 자기 자신의 가치를 믿는다. 세상에 하나 뿐인 부모도 자기를 안 믿고 잔소리를 하는데 어떤 아이가 자존감을 키울까? 그걸 알면서도 부모들은 불안해서 잔소리를 한다. 그렇게 하는 잔소리는 부모 자신을 위한 것이지, 아이를 위한 게 아니다. 많은 잔소리가 효과가 없는 걸 알면서도 '나는 분명히 말했어'라는 discaimer를 던지는 것 이상이 아니다. 부모가 해야 하는 노력은 그런 잔소리와 충고를 참는 거다.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들어주고, 내가 하고 싶은 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아이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이미 알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 이거, 때로는 거의 초인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아이가 먼저 이야기하자고 찾아온다. 못 믿겠으면 해 보라. 그리고 아이들에게 중2병 환자 딱지 좀 붙이지 마시라. '중2병'이라는 말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표현이다.
## Media
1. image: https://social-archiver-api.social-archive.org/media/archives/hyungyunlim/nbGaMPsGHy/media/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