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AI로 만든 문서와 PPT를 혐오한다. 정확히 말하면 AI의 도움을 받은 문서가 아니라, AI가 만든 걸 자기가 만든 것처럼 그냥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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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이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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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AI로 만든 문서와 PPT를 혐오한다. 정확히 말하면 AI의 도움을 받은 문서가 아니라, AI가 만든 걸 자기가 만든 것처럼 그냥 보내는 문서를 싫어한다. 요즘 이런 문서를 자주 받는다. 만든 사람은 생산성이 엄청나게 올라갔을 거다. 예전 같으면 반나절 걸릴 PPT를 30분 만에 만들었을 테니까.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그 사람이 아낀 시간이 고스란히 내 노동시간으로 넘어온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두 장이면 끝날 이야기가 열 장이고, 앞에서 한 이야기를 뒤에서 또 하고, 그걸 이름만 바꿔서 한 번 더 한다. ‘핵심 전략’이 나오고 ‘전략적 핵심’이 나오고 ‘핵심 실행 전략’이 나온다. 읽다 보면 내가 문서를 읽는 건지 AI의 언어를 디코딩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작성자는 30분 만에 끝냈으니 생산성이 10배 올랐겠지만 받은 사람 네 명이 한 시간씩 해독했다면 사회 전체의 생산성은 오히려 마이너스다. AI 생산성의 외주화다. 더 황당한 건 그렇게 만든 문서를 정작 본인도 제대로 안 읽어보고 보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받는 사람도 AI를 쓴다. “이 문서 무슨 말인지 요약해줘.” 한쪽 AI가 2페이지짜리를 10페이지로 늘리고, 반대쪽 AI가 그 10페이지를 다시 2페이지로 줄인다. 이쯤 되면 사람이 왜 중간에 끼어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서로 에이전트끼리 일하게 하는 게 낫다. PPT도 마찬가지다. AI가 디자인까지 해주니 얼마나 편한가. 그런데 이제는 보는 순간 안다. 그 컬러. 그 박스. 그 둥근 모서리. 그 의미 없는 아이콘. 그리고 모든 것을 굉장히 중요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그 레이아웃. 내용보다 먼저 “아, AI가 했구나”가 보인다. 나는 AI를 쓰지 말자는 사람이 아니다. 나부터 엄청나게 쓴다. 생산성도 정말 많이 높아졌다. 다만 글과 문서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AI가 만들어준 결과물을 그대로 보내는 데는 최소한 약간의 죄책감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AI에게 초안을 시킬 수 있다. 자료를 찾게 할 수도 있고, 구조를 짜게 할 수도 있고, PPT까지 만들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마지막에는 사람이 들어가야 한다. 줄이고, 버리고, 고치고, 자기 말로 바꾸고, 무엇보다 받는 사람의 시간을 생각해야 한다. AI 시대의 생산성은 내가 얼마나 빨리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상대가 얼마나 빨리 이해했느냐로 측정해야 한다. 제발 내 생산성 높이겠다고 남의 생산성 깎아먹지는 말자. 그리고 누굴 만날때 마다 클로드가 좋다고 하는 사람들 특히 노인들 (나도 노인이다)부끄러운 행동이다. 어제 인터넷 집에 설치한 90년대 아이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