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첨부한 그래프는 Epoch AI에서 최근 발표한 각 (당시) 혁신 기술들의 경제성 발전 추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인류가 지금까지 개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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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Seok Joon 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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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한 그래프는 Epoch AI에서 최근 발표한 각 (당시) 혁신 기술들의 경제성 발전 추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인류가 지금까지 개발한 대부분의 기술들은 초기의 발명과 기술적 확신 이후, 대량 보급 과정에서 필히 경제성 병목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이 병목은 여러 이유에서 나온다. -시장이 여전히 불확신하는 상황에서, 혁신을 보급하는 측이 과연 스스로 큰 모험을 하며 자본을 쏟아부을 수 있는가? -기존의 기술 (즉, 혁신 기술로 대체되는 기술)은 가만히 앉아서 대체되기를 기다리지 않음. -새로운 시장 자체가 열리지 않음. 혹은 그러한 시장이 열리는 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림. -혁신 기술 자체는 시장에 확신을 주지만, 그 혁신이 대량 보급되려면 다른 기술들이 비슷한 속도로 쫒아 와야 함. -혁신 기술은 모종의 정치적 이유로 제한적 시장 접근만 가능함 (주로 국제 관계와 기술/경제 안보 관점). 이러한 온갖 병목과 방해를 뚫고 결국 혁신 기술로 살아남아 결국 대세가 되고 시장을 지배하게 되는 기술들은 그 다음부터는 이른바 학습곡선을 타게 된다. 메커니즘은 이렇다. -혁신 기술의 탄생(발명)-기존 기술의 타파 성공-시장에서 서바이벌-최소한의 자본 확보-자본의 되먹임-혁신 기술의 비용 감소 및 보급 확대-시장에서 더 큰 성공과 더 거대한 자본 확보-이 자본의 재투입 학습 곡선은 위에서 보듯 양의 되먹임이 얼마나 빨리 이루어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양의 되먹임은 언젠가는 일어나게 되는 메커니즘이지만, 혁신이 살아남는다는 신호가 생기면 결국 경쟁자들이 진입하는 것은 피할 수 없기에 양의 되먹임을 가속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쟁의 무대가 된다. 어쨌든 혁신이 살아남아 마침내 제대로 학습곡선을 타면, 가격은 계속 떨어진다. 시간이 흘러 시장이 포화되면 비로소 가격은 감소의 행진을 멈추고 어느 정도 안정적인 범위로 수렴하여 서서히 혁신의 이미지는 없어지고 보통의 기술로 진화한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지난 60년 간 이른바 '무어의 법칙'이라는 관찰-자기확신적 학습곡선이 산업을 지배해 왔다. 1.5년-2년마다 트랜지스터 집적도로 대표되는 칩의 성능은 2배씩 증가하며, 동시에 비트 당 가격은 그대로 혹은 더 감소하는 추세가 무려 40년 넘게 이어지면서, 세계는 IT 시대로 무난하게(?) 진입했다. 무어의 법칙은 단순히 트랜지스터 집적도의 지수함수적 증가를 지배해온 법칙이 아니라, 산업의 전환을 이끌어낸 학습곡선이었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문명사적 전환이라고 거창하게 이름붙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무어의 법칙 이면에 깔린 원리는 비교적 직관적이다. 트랜지스터의 게이트와 소스, 드레인 등의 기본적인 소자 feature size(선폭)를 1/n로 줄이면 같은 면적에 n^2 개의 소자가 집적되고, 소자당 소비전력과 지연시간은 동시에 줄어드는 '공짜 점심(Dennard scaling)'이 수십 년 작동한 것이 지배적 원리다. 정보 처리에는 원리적으로는 그에 필요한 고유한 최소 물질량이 없기 때문에 (비트는 원자 수억 개로도, 수 개로도 표현할 수 있음), 기하학적 스케일업이 아니라 스케일다운이 곧 비용 하락이었다. 다만 반도체 역시 몇 번의 혁신이 거듭되긴 했으나 기본적인 트랜지스터 구조와 개념 자체는 지난 80년 간 거의 변화가 없다 보니 물리적, 기술적 한계에 봉착하게 되는 것은 이미 무어의 법칙 초기 단계부터 예견되어 왔었고, 실제로 2010년대 들어 무어의 법칙은 상당히 느려졌다. Dennard scaling은 2000년대 중반 누설전류 문제로 사실상 끝났고, 이후 성능 향상은 멀티코어와 아키텍처 최적화가 대신 떠맡았다. 심지어 죽었다고 하는 전문가들도 나올 정도였는데, 이는 반도체 산업의 기술력 진보 자체가 느려져서인 것도 있으나, 기술을 그 다음 단계로 올리기 위해서 투입되어야 하는 자본 규모가 너무나 크게 팽창해버렸기 때문이다. 무어 자신이 지적했고 훗날 '무어의 제2법칙'(혹은 록의 법칙)으로 불리게 된 관찰, 즉 팹 건설 비용이 약 4년마다 두 배가 된다는 관찰이 제1법칙의 그림자처럼 따라온 것이다. 예를 들어, 2010년대 정도만 하더라도 메모리팹 1기 건설에 5-10조 내외 정도였던 비용도 2020년대 들어 30-40조로 팽창하고 있으며, 2030년대가 되면 50조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7월 용인 클러스터 1기 팹에 9조4,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가, 2026년 2월 21조6,081억 원을 추가해 1기 팹 하나에만 약 31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TSMC의 파운드리에서 만드는 웨이퍼 단가도 90나노 공정만 하더라도 12인치 웨이퍼 한 장 당 2천 달러 이하였지만, 2나노 공정에서는 3만 달러, 그리고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옹스트롬 공정에서는 5만 달러 혹은 그 이상까지도 거론된다. 더 이상 컴퓨팅의 기본 유닛이 되는 반도체 가격은 저렴하지 않으며, 반도체를 만드는 비용도 전혀 저렴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컴퓨트의 진보가 느려지고, 학습곡선의 마지막 phase에 이르러 더 이상 양의 되먹임이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결말이 가시범위 내로 들어 온 시점이 되었다. 배터리를 포함한 전력 산업에서도 학습곡선은 관찰된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전력이나 배터리 산업의 학습곡선은 다른 혁신 기술보다 느리다. 이는 전력 분야의 기술 진보는 다른 분야보다 물리적 제약을 더 강하게 크게 받기 때문이다. 우선 전기가 산업으로 들어온 이후,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것은 발전을 위해서는 그에 비례하는 물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화력발전은 그만큼의 화석연료를 태워야 하고, 원자력발전은 그만큼의 핵분열 가능한 방사성 동위원소가 필요하다. 태양광 발전도 발전 규모에 비례하는 면적을 만들기 위한 실리콘이 필요하며, 풍력발전도 터빈의 크기에 비례하는 소재들이 필요하다. 발전뿐만 아니라 송배전도 마찬가지다. 전력의 보급은 결국 충분한 캐파를 갖는 고안정성 그리드가 있어야 하며, 그는 대부분 더 많은 전선을 필요로 한다. 반도체는 작게 가볍게 집약적으로 만드는 것이 학습곡선을 이끌었지만, 전력은 기본적으로 스케일업을 해야 규모가 늘어난다. 최근에도 전력 가격의 절반 안팎은 연료비에 이를 정도이며, 따라서 발전 단가는 계속 낮아지는 것이 사실 굉장히 어렵다. 연료 가격이 학습곡선을 타고 낮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일한 예외는 태양광이며, 이는 태양으로부터 얻는 에너지가 공짜에 가깝기 때문이다.) 발전을 조금 더 살펴보자. 연료에서 전기로의 변환은 열역학적으로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카르노 효율에 갇혀 있다. 화력 발전 효율 자체에서 기술적 혁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00년 4-5%대에서 1970년대 40% 근처까지 올라온 것은 어쨌든 에너지 효율 면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기술적 혁신은 다 했다는 뜻이다 (2023년 기준, 화력 발전 에너지 효율은 43% 정도다). 문제는 이 효율 개선 속도는 이미 끝이 정해진 책 같은 것이라, 열역학적 효율 한계치로 포화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고, 실제로 1970년대 정도에서는 사실상 포화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발전 분야에서 남는 것은 연료 상품 가격뿐인데 앞서 말했듯, 그 연료의 매장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학습곡선을 타기 어렵다. 첨부한 그래프에서 전기 곡선이 1973년에 끝나는 것도 사실 우연이 아니다. 사람들이 이 학습곡선의 끝을 가장 잘 체감한 것은 다름아닌 1970년대 두 번 있었던 오일쇼크였는데, 심지어 이란 혁명 이후 실질 전력 가격은 오히려 반등하기도 했을 정도다. 이 점은 원자력에서는 더 극적으로 나타난다. 산업국가 중 가장 성공적인 원전 스케일업 사례로 꼽히는 프랑스 PWR 프로그램에서조차 누적 경험이 쌓일수록 건설비가 오히려 오르는 '음의 학습(negative learning by doing)'이 관찰되었고, 원전을 비롯한 대규모 복잡 에너지 공급 기술에서 견고한 학습효과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은 사실 당연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그래프에 나타난 배터리 학습곡선도 전력 학습곡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1990년대 이래, 리튬 이온 배터리 셀 기술은 끝없이 진보해 왔고, 소비자 가전제품을 넘어, 이제는 전기자동차, 심지어 전기 항공기나 컨테이너선까지 나오는 상황으로 발전해 왔다. 리튬이온 셀의 실질 가격은 1991년 상업화 이후 지금까지 약 97%나 하락했고, 1992~2016년 사이에는 연 13%씩, 누적 시장 규모 두 배당 20%(원통형 셀은 24%)씩 떨어졌다. 최신 수치도 같은 궤도 위에서 관찰된다. 2025년, 리튬이온 팩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8% 하락한 108달러/kWh로 사상 최저였고, ESS용 팩은 45% 급락한 70달러/kWh로 처음으로 가장 싼 세그먼트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배터리도 열역학의 감옥을 탈출할 수는 없다. 리튬 배터리 셀 전압은 산화환원 쌍의 화학포텐셜 차이로 고정되고(리튬 이온계 ~3.7 V), 용량은 화학양론이 결정한다. 배터리도 철저히 소재 산업이고, 규모 스케일업은 소재 스케일업을 동반해야만 가능하다. 배터리에 1 kWh를 저장하려면 그만큼의 리튬, 전이금속, 흑연이 비례해서 필요하고, 이 재료비가 셀 원가의 큰 몫을 차지한다. 이온 하나를 저장하는 데 필요한 부피와 질량은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배터리는 반도체와는 달리 스케일 다운'이 아니라 제조 수율, 팩 설계, 공장 규모의 스케일업에서만 개선이 나올 수 있다. 재료를 더 싸게 채굴하거나 정제할 수는 있어도 덜 쓸 수는 없으니, 제조 수율과 스택 구조 정도에서 승부가 갈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 과정을 지배하는 라이트 법칙(누적 생산 두 배당 ~20% 하락)이 배터리의 학습곡선을 지배하는 원리가 된다. 더구나 리튬은 매장량에 한계가 아주 명확한 대표적 소재라, 재활용 기술이 충분히 저렴해지지 않으면 오일쇼크 이후 발전 단가가 올라갔던 것처럼 배터리 단가도 하락을 멈추고 다시 상승할 수도 있다. 2022년 배터리 팩 가격은 151달러/kWh로 오히려 실질적으로는 7% 상승했는데, 2010년 집계 시작 이래 처음으로 관측된 상승이었고 그 원인은 원자재와 부품 가격 인플레이션이었다. 2025년에는 콩고의 코발트 수출 쿼터 등으로 금속 가격이 올랐음에도 LFP 전환과 장기계약 덕에 셀과 팩 가격은 오히려 내렸으니, 완충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배터리는 희유금속 매장량이나 광물 정제 능력이 특정국에 집중된 소재 산업이라, 기본적으로 소재-공급망 병목에 시달리는 에너지 산업이라는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사실 학습곡선의 기울기(두 배당 하락률)만 놓고 보면 배터리(약 20%)나 태양광(약 20%대)은 반도체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두 분야의 학습곡선에서 생기는 진짜 차이는 생산량에서 비롯된다. 트랜지스터는 무어의 법칙을 따를 때까지는 누적 출하량이 1.5~2년마다 두 배가 되므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급락하는 것처럼 보이는 데 반해, 배터리 누적 생산량이 두 배 되는 데는 수년 이상이 걸린다. 어쨌든 같은 혁신 기술이라고 해도 정보 처리(컴퓨트)와 전력의 학습곡선 추이는 확실히 다르며, 이러한 차이는 서로가 별로 상관이 없을 때는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두 개가 한꺼번에 필요한 분야가 등장했다. 그것은 잘 알려진 것처럼 AI다. AI의 학습곡선 tracking을 어느 시점부터 시작할 것인지는 좀 애매하나, 첨부한 그래프에서는 2021년부터로 잡고 있다. OpenAI가 GPT-3 API를 전면 개방한 2021년 11월을 상업적 LLM 추론의 출발점으로 보면 말이 된다(Epoch의 정밀 실측은 2023년 이후이고, 2021~23년 구간은 Appenzeller의 데이터로 역외삽한 것이다). 어쨌든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추적한 그래프에서, AI의 학습곡선은 '일정 능력 문턱을 넘는 모델의 토큰 당 가격 (즉, 성능을 고정했을 때의 가격으로 정의)'으로 정의된다. 이 '토큰 당 가격'은 다른 기술들의 학습곡선에서 추적한 성능 개선 당 가격 하락 속도와는 비교도 안 되게 급락의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혹자가 관측하듯, 3년 전의 토큰 당 가격과 지금의 가격은 1/1000 정도다. 2021년 11월, GPT-3 수준 모델 기준, 1M 토큰 생성 비용이 60달러 정도였다면, 2024년 말에는 0.06달러 정도로 같은 성능을 만들 수 있었다. OpenAI의 o3는 2025년 1월 박사급 과학 문제(GPQA Diamond)에서 75% 정답률을 문항당 약 0.30달러에 달성했는데, 2026년 중반 GPT-5.6 Luna는 같은 점수를 0.0004달러에 냈던 것(18개월 만에 약 725배)도 이러한 추세를 뒷받침한다. AI의 학습곡선이 이렇듯 역대 최고 수준으로 빨라지고 있는 원인은 여러 개다. 기본적으로 무어의 법칙으로 대표되는 반도체 칩이 반 세기 넘게 기록해 왔던 하드웨어의 견고한 학습곡선이 바탕에 깔려 있고, 여기에 알고리즘 효율(같은 성능을 더 작은 모델로 구현하는 것), 추론 최적화, 메모리 최적화, 그리고 월 단위, 심지어 주 단위로 벌어지는 프런티어 랩들의 극한의 모델 개발과 성능 경쟁에 의한 마진 압축이 겹쳐 있다. 그렇지만 반도체 분야의 학습곡선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에서의 진보 속도는 사실 영구적 추세라기보다는 시장 형성기의 독특한 예외적 현상일 수 있다. 컴퓨트 곡선(1940–2001)이 60년을 버틴 것과 같은 급의 학습곡선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뜻이다. AI의 학습곡선 지속 가능성, 즉, 이 역대급으로 빠른 가격 하락 추세가 영속될 것이라 믿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다. (물론 이것을 AI 버블론이나 혹자가 이야기하는 속도 조절론 등과 혼동하면 안 된다.) 컴퓨트 하드웨어의 학습곡선이 견고하다고는 하나, 앞서 언급했듯 무어의 법칙은 매우 느려진지 오래이며, 젠슨 황이 원하는 GPU의 생산 단가는 점점 지수함수적으로 비싸지고 있다. 메모리 공급 자체의 shortage 문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메모리장벽 문제로 인해 메모리에 기반을 두고 있는 추론 AI 가속도 발목을 잡혀 있다. 비록 느려졌고 비싸졌다고는 하나, 그나마 60년을 버텨 온 반도체의 학습곡선이 나름 수렴 단계에서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어 두었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일 정도다. 다른 문제는 반도체의 학습곡선 감속이 아니라, 전력/배터리 분야의 학습곡선이 충분히 빨라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도체 기술이 다시 혁신을 시작하고, 3차원 트랜지스터가 나오고, 3세대 NA EUVL이 양산 레벨에서 보급되고, 물성 최적화된 반도체 칩 설계가 진보를 거듭한다고 해도, 어쨌든 반도체가 대량으로 집적된 AIDC의 서버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IEA의 최신 전망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5년 485 TWh에서 2030년 950 TWh로 두 배가 되고, AI 특화 데이터센터는 같은 기간 세 배가 된다. 2025년 한 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17% 늘어 전체 전력 수요 성장률 3%를 크게 앞질렀고, AI가 주도하는 가속서버의 전력 소비는 연 30%씩 성장하는 반면 일반 서버는 9%다. AI의 학습곡선이 계속 이 추세를 이어가려면 컴퓨트와 전력 모두 그 학습곡선을 같은 속도로 떠받쳐주어야 하나, 둘 다 사실 매우 어려워지는 거의 불가능해지는 상황이다. 특히 전력은 앞서 이야기했듯, 발전단가와 송배전 모두 physically 규모를 그에 비례해서 늘려주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AI 분야의 학습곡선을 쫒아갈 수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발전소, 변압기, 송전선, 가스터빈은 모두 물리적으로 규모에 비례해서 지어야 하는 것이고, 그 리드타임은 년 단위이기 때문이다. 전력이 AI를 붙잡는 진짜 지점은 단가 곡선의 기울기가 아니라 이 캐파 증설 속도에 있다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러면 AI 학습곡선은 반도체 한 번 발목을 잡히고, 전력에서 한 번 더 발목을 잡히게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두 방향에서의 강력한 발목잡힘으로 인해 AI에서의 학습곡선이 지금까지의 급속한 발전 추세를 계속 이어가는 것은 그래서 점점 더 낙관하기 어려워진다. 만약 그렇게 이어질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그것은 기본적으로 전력을 지금보다 적어도 1/10, 1/50 이하로 사용할 수 있게 할 정도의 초 고 에너지 효율 모델, 혹은 그 정도로 낮은 에너지만 써도 운영 가능한 새로운 반도체 아키텍쳐가 나와야 한다. 문제는 설사 1/50 수준의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AI의 학습곡선을 이어가면 그렇게 벌어 놓은 시간은 25년이 채 안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AI 가속서버 전력 소비가 연 17%씩 성장한다면, 1/50이라는 절감은 약 25년치 성장을 흡수하는 버퍼가 될 뿐이다. (1.17^25 ~ 50). 만약 30%씩 성장한다면, 1/50이라는 절감은 약 15년치 성장을 흡수하는 버퍼가 될 뿐이다. (1.3^15 ~ 51). 성장률이 만약 연 50%라면 10년이 채 안 된다 (1.5^10 ~ 58). 물론 그런 절감 기술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기술 혁신의 학습곡선이 자체적인 혁신이 아닌, 타 분야의 혁신 학습곡선 정체에 의해 덩달아 정체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AI에서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 가시권에 들어오는 상황에서, 앞으로 논의해야 하는 부분 중 하나는 "그러면 AI 분야에서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급감해왔던 토큰 당 생산 원가가 어느 시점, 갑자기 정체하고, 심지어 오르기 시작한다면 (혹은 그렇게 되는 것이 확정적이라면), 그 다음으로 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논의가 중요해지는 이유는 미-중은 물론, 한국도 국운을 걸다시피 이른바 메가 프로젝트에 국가 총력전을 선언한 상황에서, 그 거대한 국부와 자원이 밑빠진 독에 물을 부어 간신히 수위를 유지하는 수준의 작업의 수렁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한 탈출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AI가 학습곡선의 정말 정체를 맞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 역사적으로 우리는 확실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어떤 기술이든 학습곡선 정체를 맞으면 가치가 곡선의 꼭대기(최종 제품)에서 곡선을 떠받치던 병목으로 이동한다. 1970년대 전력 학습곡선이 멈추자 이익은 발전사가 아니라 산유국과 시추 장비 회사로 갔고, 무어의 법칙이 느려지자 이익은 칩 설계사보다 EUV 장비와 첨단 파운드리, 그리고 HBM으로 이전하고 있다는 점은 대표적 사례다. 이에 비추어, 언젠가 AI 학습곡선이 정체를 맞았을 때 한국의 선택지는 대략 다음과 같다. 한국의 선택은 -미-중과 비슷한 혹은 그 사이에 위치한 애매한 수준의 소버린AI를 현상 유지한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서, 컴퓨트와 전력 양쪽 분야 병목의 한 자리를 확실히 차지하여 어쨌든 AI 산업이 돌아가는 한, 확실한 부가가치 파이프라인을 꽉 쥔다. -AI 풀스택보다, 그나마 있는 자원을 확실히 최적화하고 집중하여 컴퓨트에서든 전력 분야에서든, 확실한 학습곡선 혁신을 만들어 낸다. -AI 분야의 doom을 막기 위해, 중립적인 international R&D hub를 한국 내에 구축하고, 죽이되든 밥이되는 뭐라도 하며 발버둥친다. -AI 분야의 학습곡선 정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그때까지 축적된 AI 관련 기술들로 새로운 시장 개척에 앞장선다. 등이 될 것이다. 위의 옵션을 모두 실행할 수도 있으나, 시간과 자원, 자본의 한계상 모든 것을 찍먹해보기는 어렵다. 만약 1-2개의 옵션을 이어 붙여 전략을 수립해 본다면, AI 학급곡선 정체 자체에 대한 병목을 차지하는 전략보다, 컴퓨터와 전력 분야에서 가치가 높은 병목 지점을 틀어쥐는 전략이 더 현실적인 방향이 될 것이다. AI 학습곡선에 정체가 찾아올 때, 어떤 병목이 가치가 높은지는 명확하다. 물리 법칙에 묶여 학습곡선이 느린 것, 즉 스케일다운이 아니라 스케일업으로만 늘릴 수 있어서 후발 주자가 단기간에 따라올 수 없는 것들이다. 컴퓨트 쪽에서는 HBM과 첨단 패키징이 이미 그 자리에 있고, 전력 쪽에서는 초고압 변압기, HVDC, 가스터빈, 대용량 ESS처럼 제조 리드타임이 년 단위인 중공업 품목이 정확히 그 성격을 갖는다. 소프트웨어는 복제되지만 변압기 공장은 복제되지 않는다. 그러면 어차피 망할 것, 소버린 AI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뜻인가? 그건 아니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상황이 확실히 연출되기 시작한 올해를 기점으로, 소버린 AI를 하느냐 마느냐는 더 이상 논의의 theme이 아니다. 마치 헌법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느냐 아니면 적당히 남의 것 가져다가 문구 몇 개 고쳐서 쓸 것이냐를 논하는 것이 현대 주권 국가에서는 의미 없는 것과 비슷하다. 하긴 하되, 어느 정도, 어느 범위에서 할 것인지를 고심해서 정해야 하고, 민간에 강제 보급하기 보다는 정부가 마라톤하듯, 꾸준히 조달하고 활용하는 채널을 만드는 것에 우선 집중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AI 산업 전체를 보건대, 소버린 AI가 한국의 최후의 전략이자, 국운을 건 카드가 되는 것 (혹은 그렇게 만드는 것)은 곤란하다. 글로벌 관점에서 보았을 때 한국에 특화된 소버린 AI가 시장성을 갖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배경이 되는 진짜 병목 기술들, 특히 한계가 명확하고 물리적 법칙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진짜 '느리지만 확실한 그리고 뼈아픈' 기술들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와 운용 전략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내가 줄기차게 주장해 온 KSMC, K-IMEC, 한국반도체연구소, 전력반도체 글로벌 허브 유치 같은 작업들은 그러한 전략의 아주 일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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