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9~30일 사이 미국 시장에서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인텔이 개장 전 25% 넘게 폭락했다. 상장 이후 하루 20% 이상 떨어진...
Canonical: https://social-archive.org/dhyun/8BlU6WBS72
Original URL: https://www.threads.com/@i_reh_/post/DfHhVjNkulm
Author: 이레
Platform: threads
Share mode: full
## Content
10월 29~30일 사이 미국 시장에서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인텔이 개장 전 25% 넘게 폭락했다. 상장 이후 하루 20% 이상 떨어진 게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문 일이다. 아마존은 7% 급락했고 하루 전 알파벳은 12.64% 폭락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메모리와 부품을 만드는 회사들의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이 엇갈림이 이번 사안의 핵심이다. 그리고 여기에 중요한 구조가 숨어 있다. --- 1. 이번 사안의 구조 AI 가치사슬을 위에서 아래로 늘어놓으면 이렇게 된다. 맨 위에 AI 모델을 만드는 회사(앤트로픽, 오픈AI)가 있고 그 아래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빅테크(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가 있고 그 아래에 부품을 대는 회사(엔비디아,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샌디스크)가 있다. 지금 아래쪽은 돈을 벌고 위쪽은 못 벌고 있다. 이유는 돈이 오가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건물을 짓는 상황으로 바꿔보자. 건물주가 공사를 시작하면 시멘트 회사, 철강 회사, 창호 업체는 즉시 대금을 받는다. 공사가 끝났느냐 세입자가 들어왔느냐와 무관하게 자재값은 그때그때 받는다. 반면 건물주는 수십억을 먼저 쓰고 건물이 완공되고 세입자가 들어오고 월세가 쌓여야 비로소 회수한다. 몇 년이 걸린다. 그래서 공사가 한창일 때는 자재 회사가 역대급 실적을 내는 동시에 건물주는 현금이 마르는 상황이 동시에 나타난다. 지금이 딱 그 국면이다. --- 2. 인텔 폭락을 AI 수요 붕괴로 읽으면 안 된다. 인텔 가이던스가 나빴던 원인은 PC다. 메모리 가격이 오르고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PC 제조사들이 재고를 줄이고 CPU 구매까지 줄이고 있다. 여기에 이스라엘 공장 사고가 겹쳤다. 그런데 같은 실적 발표에서 인텔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 그리고 서버 쪽에서 나온 얘기는 "수요가 없다"가 아니라 ”공급을 충분히 못 한다"였다. 즉 같은 회사 안에서 PC는 수요가 약해지고 서버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그러니 인텔 25% 폭락을 보고 “AI 서버 수요까지 꺾였다”고 읽으면 잘못이다. 다만 PC 쪽은 실제 숫자로 확인된 문제라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2026년 12% 감소 2027년 10% 추가 감소 내년 상반기가 최악. 이건 우려가 아니라 회사가 직접 제시한 전망이다. --- 3. AI 투자 정점 아직이다. “AI 투자가 정점을 찍었다”는 해석이 돌아다니는데 숫자를 보면 그렇지 않다. 아마존은 올해 2,200억 달러 자본지출 계획을 유지했다. 실적이 실망스러웠는데도 투자 계획은 그대로다. 알파벳도 내년 투자 확대를 예고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전망을 1,750억 달러에서 1,700억 달러로 살짝 낮췄는데, 이유가 외부 데이터센터 공급 지연이었고 이후 투자 가속을 예상한다고 했다. 투자를 줄이겠다는 게 아니라 짓고 싶어도 못 짓고 있다는 얘기다. 메모리 쪽도 마찬가지다. 4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전분기 대비 10~15%, 낸드가 15~20%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HBM 공급 물량이 목표 가격에 판매 완료됐고 추가 공급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나는 이번 하락을 실제 업황 악화가 아니라 우려의 선반영으로 읽는 쪽이 숫자에 가깝다고 본다. --- 4. 물론 시장의 의심에 근거가 있다. 앤트로픽의 지난해 매출은 약 46억 달러로 전년의 12배가 됐지만 영업손실이 80억 달러 순손실이 약 420억 달러였다. 오픈AI는 상장을 내년으로 미뤘다. 그러니 이런 질문이 나온다. 맨 아래에서 부품 파는 회사만 돈을 벌고 중간의 빅테크는 현금이 마르고 맨 위의 AI 회사도 적자라면 이 돈은 결국 어디서 나오나. 이게 시장이 던지는 질문이다. 그리고 합리적인 질문이다. 다만 나는 시간 축을 구분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한두 분기 미뤄지는 건 시장이 참아줬다. 그런데 이제 1년 내내 같은 흐름이다. 인내심이 떨어지는 구간에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알파벳이 하루 전 12.64% 빠진 걸 보면 이게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빅테크 전반의 현금흐름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 중이라는 걸 알 수 있다. --- 5. 정리하자 첫째 이번에 실적이 갈린 건 산업이 무너져서가 아니라 돈이 오가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부품사는 즉시 받고 고객사는 나중에 회수한다. 공사가 한창일 때 자재상이 웃고 건물주가 우는 구조다. 둘째 캐펙스 피크아웃은 확인되지 않았다. 아마존은 2,200억 달러를 유지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폭 하향 이유는 투자 축소가 아니라 공급 지연이었다. 메모리 가격도 4분기 추가 상승 전망이다. 셋째 다만 인텔의 PC 문제는 실제 숫자다. 2026년 12%, 2027년 10% 감소, 내년 상반기가 최악. 그리고 빅테크의 현금흐름 적자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시장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한 문장으로 줄이면 지금 흔들리는 건 수요가 아니라 회수에 대한 믿음이다. 그리고 믿음은 숫자보다 빨리 움직인다. --- 6. 앞으로 볼 것 빅테크의 잉여현금흐름이 바닥을 찍는지. 아마존이 76억 적자에서 424억 적자로 갔다. 이 숫자가 더 커지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내년 캐펙스 가이던스. 말이 아니라 숫자다. 아마존과 알파벳이 실제로 늘리는지 아니면 조용히 줄이는지. D램과 낸드 계약가격. 4분기 10~15%, 15~20% 상승 전망이 실현되는지. 여기가 꺾이면 그때는 진짜 업황 문제다. 인텔의 PC 전망. 2027년 10% 추가 감소가 유지되는지, 아니면 더 나빠지는지. 메모리 가격 상승이 PC 수요를 누르는 경로가 계속 작동하는지 봐야 한다. AI 기업들의 수익성 지표. 앤트로픽과 오픈AI가 적자를 줄이는 흐름을 보여주는지. 가치사슬 꼭대기에서 돈이 돌기 시작해야 아래쪽 걱정이 풀린다.
